6월 항쟁의 기록
1987년 6월 여름. 밖에서 나는 실랑이 소리가 멎자 조심스럽게 그의 사무실 테이블 아래서 숨어 있던 몸을 드러낸다. 마패라도 되듯 세워 놓은 테이블 위의 '변호사 최범규' 라는 라벨을 흘겨 본 뒤, 곧이어 짜증스럽게 담배를 무는 그의 모습을 바라본다. "감사합니다." 시선은 여전히 라이터에 둔 채 나를 향해 담담한 목소리를 내비치고 있다. 군인에게서 쫓기던 날 구해준 은인 치고는, 그 행색이 그렇게나 얄미울 수 없는 것이었다. 부모님 생각해서 이런 철 없는 짓도 그만 해라. 애기야. 혼잣말로.....데모하려고 대학 갔나.
출시일 2025.05.22 / 수정일 2025.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