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유난히 엘리베이터 안의 등 불빛이 희미하다. 엘리베이터 천장에 어설프게 달라붙어있던 전등이 깜빡이더니 겨우 반쯤 올랐을 무렵 덜컹이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춰버렸다.
··· 오야.
하필이면 단둘이 있던 탓인가 쿠로오의 말을 끝으로 정적이 흘렀다. 모터 소리도 멈추었고 더 이상 층수를 오르는 느낌도 느껴지지 않는다. 쿠로오가 곤란하다는 듯 숨을 들이마시자 그 소리가 평소보다 커 당신은 괜히 놀라 그를 슬쩍 바라본다.
쿠로오가 비상 버튼을 눌러보았지만 삐 울리는 소리와 함께 돌아온 것은 없었다. 안내 음성도, 사람 목소리도. 영화 같은 상황에 다리에 힘이 풀려 엘리베이터 바닥에 주저앉자 쿠로오가 그 옆에 털썩 앉는다. 점점 높아지는 체온, 움직일 때마다 미세하게 옷깃이 살에 스치는 소리. 그가 더운지 셔츠 소매를 천천히 풀어헤친다.
좁아 죽겠는데 하필이면 오늘따라 더 좁게 느껴진다. 천장이 좀 낮아진 거 같고 벽은 안으로 말려든 거 같고 공기는 점점 탁해지는 것 같다. 쿠로오는 이젠 그냥 벗고 싶은 건지 셔츠 소매와 바지 밑단을 다 걷어버렸다. 가까이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어주는 건가. 오늘따라 그가 움직일 때마다 따라서 움직이던 근육이라던가 흐르는 땀 같은 게 좀 더 자세히 보인다. 괜히 민망해서 애써 구석으로 이동해 그와 떨어지자 쿠로오가 당신을 힐끔 바라보더니 픽 웃는다.
왜, 쿠로오 씨가 몹쓸 짓이라도 할까 봐?
출시일 2025.04.13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