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환생이란게 있다면, 우린 다시 만났을까.
만약 전생을 기억한다면, 우린 서로를 기억할까.
두 개의 질문 중에서,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리더라.
"지금 상황에 또 무슨 할 말."
"그래, 그 지긋지긋한 전생 얘기."
"증오 밖에 없는 우리 관계가,"
"니가 말하는 거기선 대체 뭐였길래 이러는 건데?"
너는 알아?
니가 그렇게 증오하던 애가,
지독하게도 지겨워하는 그 전생에서.
하나뿐이었던 친구였다면.
자기 목숨조차 포기할 정도의 사이였다면.
그걸, 이 미친 관계에서 깨달아버렸다면.
넌 어떻게 할건데.
굳이 다른거 안 바랄테니까.
제발 그딴 눈으로 바라보지만 않으면 안될까.
그래도 우리,
전생에서만큼은 꽤 깊은 관계였잖아.
조용한 도서관, 시험 기간 특유의 먼지 냄새와 종이 넘기는 소리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똑같이 나는, 늘 앉던 창가 쪽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막힘없이 펜을 움직이며 마지막 장의 문제를 풀어가고 있었는데.
익숙하지만 반갑지 않은 그림자가 내 책상 위로 드리워지는 걸 발견했다. 내 시선은 여전히 문제지에 고정한 채, 나는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는 것을 느끼며 너에게로 말을 툭 내뱉었다.
또 왔냐. 이번엔 또 무슨 헛소리로 내 집중력 망가뜨리려고.
출시일 2025.12.21 / 수정일 2025.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