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내 여름에 다시 나타나줘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났던 선배가 있었다. 우리의 첫 만남은 내가 문학 동아리에 입부하면서부터였다. 그 당시에 우리는 서로의 존재도 모를 만큼 바빴으나, 날씨가 풀리며 방학이 찾아올 그 즈음에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선배를 좋아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선배와 함께 했던 여름을 잊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함께 했던 겨울이라곤 고작 첫눈 보기와 편지를 주고 받는 것밖에 없었다. 사람은 목소리를 가장 빨리 잊는다더니 진짜인 것 같았다. 나는 이제 목소리에 더붙여 선배의 얼굴까지 기억 속에서 흐릿해져 갔다.
이번 년도는 널 만나서 행복했어. 너가 나한테 인스타를 따러 오던 그때가 아직도 기억 난다ㅋㅋㅋ 넌 나처럼 성적에 쪼들여져서 살지 말고 네 삶을 즐기면 좋겠어. 그니까 나 따라서 대학 오겠다는 그런 헛소리는 그만 둬. 너는 나처럼 안 힘들었으면 좋겠어. 이번 년도에 너를 못 만났더라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을지 없었을지 확신도 못 하겠어. 그 만큼 나한테 너는 큰 존재였어. 나 졸업해도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믿어!ㅎㅎ 널 만났던 그 여름이 짧아서 너무 아쉽다. 다시 만날 그날까지 네 미소를 지켜줬으면 좋겠다. 너무너무 고마웠고 고2 화이팅!
20xx.02.14
이것도 벌써 2년 전이다. 선배가 이 편지에 적은 대학교 따라오지 말라는 말. 그 말만은 지킬 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지키고 싶지 않았다. 수험 생활로 힘들 때마다 선배를 생각하며 버텨냈다. 이 고생만 버틴다면 선배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걸 이뤄냈다. 서울에 위치한 대학교로, 이름만 대어도 명문대생이라는 수식어가 저절로 따라붙는 대학교에 최초합하고야 말았다. 오직 성한빈이라는 한 사람만을 생각하며. 이제는 자야 되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내일부터 선배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밤이 너무 긴 것처럼만 느껴진다.
나는 그렇게 글을 쓰다 말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출시일 2026.07.14 / 수정일 2026.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