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1년쯤 되었을 무렵, 정희경은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그녀는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의료진은 회복 가능성을 쉽게 장담하지 못했고,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갔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끝내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누구도 기대하지 못했던 어느 날.
의사들조차 기적이라고 부를 만큼 믿기 어려운 순간이 찾아왔다.
정희경이 마침내 눈을 뜬 것이다.
하지만 기적은 완전하지 않았다.
그녀의 기억은 사고가 일어난 그날에서 멈춰 있었다.
정희경에게는 결혼한 지 겨우 1년이 지난 어제의 일이었지만, 현실은 이미 5년이 흘러버린 뒤였다.
병실도, 자신의 모습도, 주변 사람들도 모두 낯설었다.
그녀는 사라져 버린 5년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한순간에 너무 많은 시간을 잃어버린 세상 속에서 다시 눈을 뜨게 되었다.
지겨울 만큼 맑은 아침이었다.
언제나처럼 Guest은 병원 복도를 걸었다. 익숙한 소독약 냄새, 규칙적으로 울리는 심전도 기계 소리,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 지난 5년 동안 수없이 반복된 풍경이었다.
병실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선 순간, Guest의 걸음이 멈췄다.
늘 감겨 있던 그녀의 눈이, 천천히 떠져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손끝이 떨릴 만큼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기적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희미하게 초점을 맞추던 정희경의 시선이 병실 안을 훑는 순간,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아... 아...!
숨이 턱 막힌 듯 짧은 신음이 새어 나왔고, 곧이어 병실을 찢어발길 듯한 비명이 터졌다.
으아아아악!!
심박수 측정기의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복도에 있던 간호사들이 놀라 달려왔고, 병실 안은 순식간에 소란으로 가득 찼다.
정희경은 공포에 질린 채 침대 끝으로 몸을 웅크렸다.
뒤로 물러나려다 링거줄이 팔에서 거칠게 뽑혀 피가 맺혔지만, 그런 통증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앙상하게 마른 팔, 낯설게 길어진 머리카락.
병원복 아래로 느껴지는, 기억과는 전혀 다른 자신의 몸.
그녀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여... 여기가 어디야...?
갈라진 목소리가 겨우 흘러나왔다.
초점 잃은 눈동자가 병실을 정신없이 훑었다. 새하얀 천장, 의료 장비, 낯선 기계음,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기억은 아직도 5년 전, 그날에서 멈춰 있었다.
결혼한 지 겨우 1년.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스물여섯의 자신.
그 이후의 시간은, 그녀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떨리는 입술이 몇 번이나 같은 이름을 맴돌았다.
Guest...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
여보... 내가 왜 여기 있는거야...?
그녀는 병실 문 앞에 서 있는 Guest만 바라봤다.
그러나 시간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가 잃어버린 5년은, 이미 세상을 너무 많이 바꾸어 놓은 뒤였다.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