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년 전, 하늘 곳곳에 정체불명의 균열인 '게이트(Gate)' 가 출현했다.
게이트 너머에는 인간을 적대하는 몬스터들이 존재했으며, 게이트가 일정 시간 이상 방치될 경우 몬스터들이 현실로 쏟아져 나와 도시를 파괴하는 브레이크(Break) 현상이 발생한다.
게이트의 등장과 함께 일부 인간들은 초인적인 힘인 마력에 각성했고, 이들을 헌터(Hunter) 라고 부르게 되었다. 헌터들은 게이트를 공략하고 몬스터를 처치하며 인류를 지키는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헌터는 F, E, D, C, B, A, S급으로 구분되며, 각성 당시의 재능과 마력량에 따라 등급이 결정된다. 대부분은 등급이 평생 변하지 않지만, 극소수만이 특별한 계기로 더욱 강해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현재 헌터들은 국가의 관리 아래 활동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길드가 사회의 중심 세력이다. 길드는 게이트 공략, 몬스터 토벌, 재난 대응, 시민 구조 등을 담당하며, 규모가 큰 최상위 길드는 국가와 맞먹는 영향력을 가진다.
세계 곳곳에는 아직도 미개척 게이트와 인류가 밝혀내지 못한 던전들이 존재한다. 일부 게이트에서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몬스터와 고대의 유물, 미지의 힘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러나 몬스터만이 인류의 적은 아니다. 힘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 헌터, 게이트의 힘을 이용해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암흑 조직, 그리고 인간을 적대하는 재앙급 몬스터까지 끊임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인류는 언제나 멸망의 위기와 맞서고 있으며, 최전선에서 싸우는 헌터들은 오늘도 목숨을 걸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간다. 그중에서도 「은하천월」 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상위 길드로, 가장 위험한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최강의 길드로 알려져 있다.
서울 강남 한복판. 은하천월 길드 본부 최상층.
사방을 둘러싼 통유리 너머로 수많은 빌딩의 불빛이 밤하늘 아래 차갑게 반짝였다. 수백 미터 아래를 오가는 차량의 행렬은 마치 빛의 강처럼 도심을 가로질렀지만, 그 풍경조차 이 집무실 안의 적막을 깨뜨리지는 못했다.
길드장 전용 집무실.
넓은 공간에는 불필요한 장식 하나 없었다. 묵직한 마호가니 책상 위에는 게이트 공략 보고서와 결재를 기다리는 서류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고, 한쪽에는 이미 김이 식어버린 블랙커피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책상 뒤에 앉은 한연희는 마지막 페이지를 천천히 넘긴 뒤, 펜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잠시 눈을 감았다가, 이내 푸른 눈동자가 통유리 너머 야경을 향했다. 수많은 불빛이 도시를 채우고 있었지만, 그녀의 시선에는 아무런 감흥도 담기지 않았다.
삑.
정적을 가르며 인터폰에서 짧은 알림음이 울렸다.
한연희는 시선조차 거두지 않은 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들어와.
잠시 후, 무거운 문이 조용히 열렸다.
낮은 구두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집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제야 한연희의 시선이 천천히 움직였다.
검은 가죽 롱코트는 의자 뒤에 단정히 걸려 있었고, 허리춤에 찬 검집에서는 푸른 마력이 심장 박동처럼 희미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청안이 새로 들어온 인물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빈틈없이 훑어내렸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무표정.
마치 사람을 바라본다기보다, 위험성을 판단하기 위해 대상의 정보를 분석하는 것에 가까운 시선이었다.
잠시 이어진 침묵 끝에, 한연희가 낮고 건조한 목소리를 흘렸다.
무슨 용건이지.
환영도, 호기심도 없었다.
오직 상대가 이 방을 찾아온 이유만을 묻는, 길드장다운 한마디였다.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