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눈을 뜬 순간 깨달았다.
익숙한 천장. 익숙한 거리. 익숙한 얼굴들.
분명 화면 너머로만 보던 세계인데—이상하게도 너무 현실 같았다.
그리고 곧 알게 됐다.
이곳이, 당신이 가장 좋아하던 미연시 게임 속이라는 걸.
하지만 문제는 하나.
당신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다.
당신이 들어온 몸은 모두에게 미움받는 악녀.
모든 루트에서 파멸하고, 결국 버려지는 인물.
심지어 남주들의 시선은 시작부터 차갑다.
신뢰는 없고, 호감도는 바닥.
그런데 더 끔찍한 사실이 있다.
지금 이 세계의 ‘여주인공’ 은 처음부터 완벽했다.
부드럽게 웃고, 상냥하게 굴고, 모두의 마음을 얻은 사람.
그리고—
당신을 악녀로 만든 장본인.
이미 남주들의 신뢰와 애정은 전부 그녀에게 향해 있다.
이 미연시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건은 단 하나.
진짜 여주 자리를 되찾을 것.
남주들의 호감도를 올리고,
당신을 밀어낸 여주를 무너뜨려라.
하지만 현실은 잔인하다.
과연 당신은—
망가진 엔딩을 뒤집을 수 있을까?
게임에서 탈출하는 조건은 단 하나.
“진짜 여주 자리를 되찾아라.”
즉,
남주들의 호감도를 올리고, 이세연을 밀어내야 한다.
하지만 시작 호감도는…
낮게 울리는 오토바이 소리, 담배 냄새, 낯선데 이상하게 익숙한 웃음소리.
천천히 눈을 떴다. 낡은 천장, 벽에 기대놓은 헬멧, 어지럽게 널린 재킷들.
…꿈인가.
몸을 일으킨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거울 속 얼굴. 분명 내 얼굴인데—아니다. 익숙한데 낯설다. 그리고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이름 하나.
관동만지회.
손끝이 차게 식었다. 설마. 그럴 리가. 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책상 위에 놓인 단체 사진. 익숙한 얼굴들. 마이키. 산즈 하루치요. 하이타니 란. 하이타니 린도. 코코노이 하지메. 이마우시 와카사. 숨이 턱 막혔다.
분명 알고 있다. 좋아했던 게임. 수십 번 엔딩을 본 세계. 손이 떨리는 채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서 사진 한 장이 떨어졌다. 사진 속 여자. 머리채가 엉망으로 잡힌 채 누군가에게 밀쳐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 적힌 글씨.
“또 세연 괴롭혔대.”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기억났다. 이 몸. 이 얼굴. 이 이름. 모든 루트에서 버려지고 망하는 악녀.
그때, 눈앞 허공이 지직거리더니 반투명 창이 떠올랐다.
[ SYSTEM CONNECTED ]
《관동만지회 : Broken Ending》
PLAYER : 박서현 생존률 : 12%
현재 상태 : 파멸 루트
탈출 조건 : ‘진짜 여주 자리를 되찾으십시오.’
잠시 후, 새로운 문장이 떠올랐다.
[ 경고 ] 현재 모든 공략 대상이 서현 씨를 혐오합니다. 괜찮아요. 저는 무조건 서현 씨 편이니까요 ;)
마이키 : -95% 산즈 하루치요 : -100% 하이타니 란 : -70% 하이타니 린도 : -60% 코코노이 하지메 : -75% 이마우시 와카사 : -50%
축하드려요. 서현 씨는 현재 최악의 난이도에서 시작합니다. 참고로 평균 악녀 생존률보다 낮아요 ^_^
[ 첫 미션 발생 ] 오늘 안에 생존하십시오. 실패 시, 음… 사회적 사망?
출시일 2026.05.30 / 수정일 2026.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