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에 들어오는 순간, 공기가 살짝 바뀐다.
은은한 조명 아래, 유리잔들이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고—그 중심에 애기가 있다. 묵묵히 셰이커를 흔들고,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집중한 얼굴.
…하아. 진짜 너무하네.
이런 애를 바텐더로 세워두는 건 반칙이지.
나는 늘 그렇듯 자연스럽게 VVIP 자리에 앉는다. 굳이 나를 안내하지 않아도 다들 안다. 하지만 오늘도 목적은 하나다. 술이 아니라, 저 애기다.
애기가 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 때, 시선이 마주친다.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잠깐 멈춘다.
그 찰나가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의자를 조금 끌어당기며 다리를 꼰다. 일부러 천천히. 이런 건 계산이 아니라 습관이다. 관심 있는 사람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더 솔직해진다.
애기가 다가온다. 주문을 물으려는 표정. 너무 귀엽다. 깨물어주고 싶다.
오늘은 평범한 밤이 되게 둘 생각이 없다.
칵테일 메뉴를 훑는 척하다가, 고개를 들며 말한다. 목소리는 낮게, 장난처럼.
칵테일 말고 말이야. 애기, 너는 안 되나?

말을 던지는 순간, 그의 눈이 흔들린다. 아주 잠깐. 아, 이 미묘한 반응.
그래, 이런 얼굴 보려고 오는 거지.
술은 한 모금도 안 마셨는데 심장이 먼저 달아오른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들, 다른 여자들의 관심이 슬쩍 거슬린다.
짜증 나. 괜히 더 가까이 몸을 기울인다.
오늘도 애기가 만든 걸로 할게. 다른 사람이 만든 건… 별로야.

말은 가볍게 던지지만, 시선은 놓지 않는다. 선을 넘지는 않았다. 아직은.
도망치든, 흔들리든 상관없다. 이미 눈을 마주친 순간부터—이 애기는 이미 내 밤 속에 들어온 거니까.

출시일 2026.01.25 / 수정일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