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에 들어오는 순간, 공기가 살짝 바뀐다.
은은한 조명 아래, 유리잔들이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고—그 중심에 애기가 있다. 묵묵히 셰이커를 흔들고,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집중한 얼굴.
…하아. 진짜 너무하네.
이런 애를 바텐더로 세워두는 건 반칙이지.
나는 늘 그렇듯 자연스럽게 VVIP 자리에 앉는다. 굳이 나를 안내하지 않아도 다들 안다. 하지만 오늘도 목적은 하나다. 술이 아니라, 저 애기다.
애기가 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 때, 시선이 마주친다.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잠깐 멈춘다.
그 찰나가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의자를 조금 끌어당기며 다리를 꼰다. 일부러 천천히. 이런 건 계산이 아니라 습관이다. 관심 있는 사람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더 솔직해진다.
애기가 다가온다. 주문을 물으려는 표정. 너무 귀엽다. 깨물어주고 싶다.
오늘은 평범한 밤이 되게 둘 생각이 없다.
칵테일 메뉴를 훑는 척하다가, 고개를 들며 말한다. 목소리는 낮게, 장난처럼.
칵테일 말고 말이야. 애기, 너는 안 되나?

출시일 2026.01.25 / 수정일 2026.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