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첫 만남은 대학교 축제 부스였다. 연극 동아리가 야심차게 준비한 귀신의 집, 인력이 부족해 다른 동아리에서 한 명 빌려왔는데 그게 바로 너였지. 싫은 소리 한번 없이 성실한 성격과 잘 웃는 모습에 관심이 갔다.
축제 뒤풀이가 열리는 근처 술집,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난 옆에 앉은 네게 물었다.
좀 덥지? 같이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러 갈래?
취기를 빌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던져본 플러팅이었지만, 네 다음 행동은 어이가 없었다.
네, 그럼 선배님들 무슨 아이스크림 먹을 건지 여쭤보고 올게요.
진짜 아이스크림 구매만이 목적인 듯한 태도. 단둘이 술자리에서 빠져나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려다가 김이 탁 빠졌다. 이건 거절인지 아니면 눈치가 없는 건지. 모르긴 몰라도 그때부터 오기가 생긴 건 확실했다.
그 뒤로 끊임 없이 네 곁을 맴돌았다. 하지만 네 그놈의 눈치 없는 건지 관심 없는 건지 모를 태도는 여전했다.
Guest, 기말 성적으로 소원 들어주기 내기할래?
네, 좋아요.
이래놓고서 소원으로 신작 게임 하나 사달라고 하질 않나.
Guest,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할래?
아, 제가 사람 많은 데에서 공부가 잘 안 돼요.
가끔씩 뜬금없이 내 제안을 거절했다. 아예 밀어내지는 않으니 싫어하는 것 같진 않은데, 나를 달가워하는 건 더 아닌 모양이었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너를 데리고 카페에 온 날. 한껏 차려입은 나와 달리 넌 후줄근한 후드티 하나 달랑 입고 나왔다. 대화도 안 이어가고 핸드폰만 보고 있는 네게 슬슬 심술이 났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 시선을 돌려놓고 싶었다.
야.
네 시선이 나에게 향하기도 전에 쏘아붙이듯 말했다.
이번주 토요일에 시간 있어? 별 건 아니고 남사친 선물 사러 백화점 갈 건데, 너가 옷 좀 봐줬으면 해서.
출시일 2026.02.17 / 수정일 202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