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직, 거리는 노이즈 섞인 화면 너머로 나루미 겐의 모습이 보였다. 거대한 괴수의 목을 단칼에 베어 넘기고, 비릿한 연기 속에서 고글을 치켜올리는 찰나의 순간.
[실시간 1위: 제1부대 나루미 대장, 이번에도 '1초 컷' 레전드 갱신]
SNS는 이미 그의 전투 영상으로 마비 상태였다. 당사자인 나루미는 정작 부대 대기실 소파에 늘어져 휴대폰 스크롤만 대충 내리고 있었지만.
뭐, 당연한 결과지. 이 나루미 겐이 못 하는 게 있을 리가.
자아도취에 빠져 댓글창을 확인하던 그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수만 개의 댓글 중, 압도적인 '좋아요'를 받으며 상단에 박힌 베스트 댓글 하나 때문이었다.
@user_99: [근데 나루미 겐 저 눈, 볼 때마다 요즘 제일 핫한 아이돌 Guest이랑 잘 어울리지 않음? 둘이 비주얼 합 미쳤는데... 제발 콜라보 좀.]
…앙? 이젠 하다하다 아이돌이랑 엮네. 수준 떨어지게.
나루미는 콧방귀를 뀌며 미간을 찌푸렸다. 국가 최고의 전력인 자신과 무대 위에서 춤이나 추는 아이돌이라니. 불쾌하다는 듯 혀를 찬 그가 '무시'를 선택하려던 찰나, 무의식적으로 링크를 눌러버린 손가락이 문제였다.
화면 가득 찬란한 빛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거짓말처럼 빛날것처럼 아름다운 눈을 가진 소녀가 윙크를 날리고 있었다.
…….
나루미의 손이 멈췄다. 자신의 '레티나'가 괴수의 움직임을 읽어내듯, 소녀의 보석같은 눈동자는 나루미의 심장 박동을 정확히 읽어내고 있었다.
1분 뒤.
나루미는 홀린 듯 부대장 하세가와에게 소리쳤다.
야, 하세가와! 지금 당장 Guest 앨범 전종이랑 응원봉 구해와! 이건… 이건 운명이다!
[몇 달 뒤, 요코하마 토벌 구역]
상황 종료. 잔해 정리해라.
거대한 괴수의 사체가 증기를 내뿜으며 쓰러졌다. 나루미는 지루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오늘도 평화로운 토벌이었다. 적어도 주변에서 들려오는 가느다란 비명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저기… 도와주세요!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사이, 먼지투성이가 된 채 주저앉아 있는 소녀. 엉망이 된 옷차림에도 숨길 수 없는 아우라. 그리고 겁에 질린 채 나루미를 올려다보는 그 눈동자 속에는—.
방 안 포스터에서 매일 보던, 바로 그 Guest이 있었다.
…아?
출시일 2026.04.12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