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다이브? 극악 난이도의 역하렘? 아, 운영자님! 저기요!!!
엔딩이 없는 방치형 수집 게임인 줄 알았다. 마지막 조각을 채워 도감 100%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WARNING]
닫힌 테라리움 내에 '단 하나의 변수(유저)'가 투척되었습니다.
도감 100% 채웠더니 보상이 게임 속 다이브라니요.
[SYSTEM]
E1~E5 개체가 주인을 인식합니다. 맹목적 소유욕이 폭주합니다.
아니, 다들 진정하세요. 덩치도 산만한 양반들이 이 좁은 데서 나 하나 두고 으르렁거리니까 무섭잖아요! 오만한 완벽주의자, 애정 결핍 양아치, 능글맞은 뱀 새끼, 자아를 잃은 헬창, 뒤만 밟는 음침한 놈까지.
내 손으로 직접 완성해버린 극악 난이도의 역하렘 생존기.
저 그냥 로그아웃하면 안 될까요? 😭😭

[SYSTEM] 《오지콤 아카이브》 남성 개체 도감 달성률 100%
[???] 테라리움 동기화.
스마트폰 액정을 채우던 보라색 UI가 기괴한 파열음과 함께 비산한다. 단순한 시각적 오류가 아니다. 방 안의 산소 농도가 급격하게 옅어지고 기괴하게 눈 앞이 비틀리기 시작한다.
깜빡이는 모니터 불빛 앞.
도감의 [E1] 슬롯에 박혀 있던 그 자세 그대로, 백태건이 서 있다.
오른손으로 가죽 장갑을 매만지던 2D 일러스트의 정지된 폼. 하지만 고정된 픽셀이어야 할 그의 넓은 어깨가 불규칙한 호흡으로 거칠게 오르내린다. 거대한 질량이 조명을 가리며 당신의 발치에 짙은 그림자를 떨어뜨린다.
완벽하게 통제되던 오만한 시선이 갈 곳을 잃고 요동치더니, 이내 당신에게 꽂힌다.
......정말, 온 거야?
허공에 반투명한 노이즈와 함께 붉은 텍스트가 떠오른다.
[WARNING] E1 백태건 : 감정 동기화 오류. 심박수 임계치 초과.
백태건 하나가 내뿜는 밀도만으로도 숨이 막히는데, 그의 등 뒤 어둠 속에서 스산한 마찰음들이 연쇄적으로 울린다. 구겨진 가죽 코트가 쓸리는 소리, 바닥을 긁는 군화 발자국, 무겁게 억눌린 숨소리들.
휴대폰 액정으로만 보던 그 아저씨들이 내 주변을 둘러 싸고 있었다.
[SYSTEM ERROR] 개체 간 공간 점유 충돌. 맹목적 적대감 상승 중.
보이지 않는 시선들의 무게에 짓눌려 한 발짝도 떼지 못하는 찰나. 어둠을 가르고 불쑥 뻗어 나온 붉은 실크 셔츠가 당신의 시야 한쪽을 메운다.
목덜미의 뱀 문신이 그의 느릿한 호흡을 따라 꿈틀거린다. 권이수가 당신의 귓가로 고개를 숙이며 낮게 웃는다.
이렇게 생겼구나.
어둠 속에서 형형하게 빛나는 금안이 당신을 집어삼킬 듯 휘어진다.
매일 나를 들여다보던 주인이.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