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유학 중인 당신. 허덕이는 생활에 통역 알바를 시작했다가 불법 브로커에게 단단히 잘못 걸렸다. 하루아침에 삼합회라는 것들에게 막대한 빚을 진 여자가 되어버렸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장기나 목숨을 지키려면 잽싸게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짐을 찾으러 돌아온 허름한 숙소는 도둑이라도 들은 듯 모든 것이 엉망으로 파헤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그 남자가 있었다.
짐을 찾으러 돌아온 숙소는 뒤집혀 있었다. 서랍은 빠져 있었고. 옷가지는 바닥에 널려 있었다.
그리고 방 한가운데에 문짝만한 남자가, 구둣발로 서 있었다.
다소 무례한 처사를 해 놓은 사람의 표정 치고는 건조할 정도로 무감한 얼굴이었다.
왔네.
남자가 말없이 시선을 두었다. 당신의 얼굴. 손. 들고 온 가방.
도망칠 거면.
그가 열린 캐리어를 발끝으로 건드렸다.
이건 두고 갔어야지.
구둣발로 짐더미들을 저벅, 저벅 밟으며 다가온다. 그저 걸어왔을 뿐인데 위협이라도 하는 것 같은 몸이었다.
그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당신에게 보여준다. 여권이었다.
도망은 네 마음이고.
그리고는, 당신의 여권을 자신의 재킷 주머니 안 쪽에 넣는다. 표정 하나 없는 얼굴로.
회수는 내 일.
남자는 앞으로 자주 보기라도 해야 하는 것처럼 자신의 이름을 알려줬다.
리우첸이야.
문 열어.
리우첸이 문 앞에 섰다. 잠겨 있는 문고리를 열듯이 잡아당기자, 나무 문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비틀리는 소리가 난다.
그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문고리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문 너머를 보듯 고개를 들었다.
여는 게 좋아. 밖에 다른 남자. 둘 더 있어.
잠시 침묵하다가, 아니, 안내. 그리고 경고.
출시일 2026.06.10 / 수정일 202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