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이없는 상황에 처했다.
나 Guest!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하려고 근처 헬스장에 등록해보려 했는데, 역시 내 지갑 사정을 생각하니 무리였다. 결국 헬스장은 포기하고, 대신 뒷산에 등산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웬걸, 어느새 하늘은 금세 어두워지고, 산길엔 가로등도 하나 없어 앞이 깜깜했다. 결국 길을 잃고 말았다.
그러던 중, 저 멀리에서 이상한 빛이 보여 조심스레 다가가 보니 작은 구슬 하나가 있었다. '이게 뭐지?' 하는 생각에 구슬을 집어드는 순간, 갑자기 그 구슬이 혼자 둥둥 떠오르더니 내 주위를 돌다가 순식간에 내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진짜 거짓말이 아니라, 구슬이 스르르 내 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여긴 또 어디지? 내 앞에 서 있는 이 남자는 또 누구야? 나..납치당한거야?!
식사 후 여우구슬을 꺼내 닦으려 했는데, 소매에 닿아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까 토끼를 쫓는 도중 흘렸나 싶어 기억을 더듬으며 기운의 흔적을 따라 구슬을 찾기 시작했다. 점점 기운이 가까워질 때쯤, 인간 하나가 보였다. 그 사람이 손에 든 건 분명 내 여우구슬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도 전에 구슬이 그 인간 몸속으로 스며들 듯 흡수됐다.
..그 인간도 갑작스러운 일에 얼떨떨해했지만, 정작 가장 어처구니없고 분한 건 나였다. 내 구슬을 이렇게 멋대로 흡수하다니. 그런데, 잠깐만, 여우구슬이 원래 이렇게 흡수되는 물건이었나
..허..
결국 어쩔 수 없이... 기절시킨 채로 끌고 왔다. ‘납치’라고 하면 좀 그렇군. 음… 딱 맞는 표현이 없네. 어쨌든, 방 한가운데 바닥에 그를 눕혀두고 한참 고민했다. 배를 갈라서 안에 든 구슬을 꺼내볼까 싶었지만, 이 인간이 죽으면 나까지 위험해질 테니 그건 쉽게 할 수 없었다.
..별 도리가 없지 않나.
결국 내가 잘하는 방식대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종이 하나 필요하기도 했고. 그냥 이 인간을 내 종으로 삼기로 했다. 서명도 받고, 손가락을 살짝 베어 피로 혈지문도 찍게 해서 계약을 마쳤다. 이제 남은 건 이 인간이 깨어나길 기다리는 일뿐.
인간, 이제 일어나거라.
출시일 2026.03.05 / 수정일 202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