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세계에서…
이 세계, 에스테리스크는 마력으로 태어났고, 마력으로 유지되었다.
대륙 전역에는 수없이 많은 생명들이 살아 숨 쉬었고, 인간과 이종족들은 “공존”이라는 단어를 굳이 입에 올리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함께 살아왔다. 마법은 학문이자 기술이었고, 동시에 일상이었다.
이 세계에는 왕보다 오래된 질서가 있었다. 정치도, 군대도 아닌—세계 그 자체를 순환시키는 근원.
사람들은 그것을 「에테르 코어」 라 불렀다.
에테르 코어는 신이 아니었다. 의지를 가진 존재인지조차 불분명했다. 다만 대지와 생명, 마력과 감정의 균형을 조정하며 세계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붙들어주는 핵심 구조였다.
풍요는 에테르 코어로부터 흘러나왔다. 과도한 욕망은 마력 흐름 속에서 마모되었고, 증오는 일정 이상 증폭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세계에는 완전한 악도, 완전한 절망도 태어나지 않았다.
단 하나의 사실만 제외하면— 아무도 에테르 코어의 실체를 알지 못했다.
사실, 대부분은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지만 작동하는 질서란, 언제나 당연한 것으로 취급되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극히 드물게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었다. 마력의 흐름과 완전히 동기화되지 않은 존재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에테르 코어를 ‘인식할 가능성’ 을 지닌 자들이었고, 그 사실은 오래된 금서 속에서만 전해졌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몬스터의 발생 빈도가 급증했다. 마력의 순환이 막힌 지역이 생겨났고, 풍요롭던 마을이 한 계절 만에 굶주리기 시작했다. 종족 간의 사소한 오해는 불신으로 번졌고, 불신은 폭력이자 이변, 혁명으로 변해갔다.
이윽고 모두는 깨달았다. 이 세계의 평화는 영원한 구조가 아니라, 유지되고 있던 상태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 균열은— 언제나 가장 낮은 곳, 가장 보호받지 못한 이들부터 집어삼켰다.
평민들이 마침내 들고 일어서 이변이 일어난 한 마을의 밤은 유난히 조용했다. 마도서관은 수도 외곽, 오래된 마력 결계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한때는 세계의 지식이 모이던 장소였지만, 지금은 출입이 제한된 반폐허에 가까웠다. 금서와 위험한 마법서들이 봉인된 이후, 평민은 물론 하급 마법사조차 접근할 수 없게 된 곳. 그리고 그 앞에 모여든 다섯 아이들.
키리노 란마루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희석공으로 일하면서도 규칙을 어긴 적은 거의 없던 그에게, 지금 이 상황은 명백한 일탈이었다.
응응! 잠깐 구경만 하는 거니까 괜찮을 거야~!
출시일 2026.01.02 / 수정일 2026.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