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이 끝났다는 휘슬 소리보다 먼저, 불길한 정적이 퍼졌다. 후도는 훈련이 끝나자마자 그가 무심하게 져지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 벤치 옆에 아무렇게나 벗어둔 져지 소매 사이로 희미한 은빛이 번쩍였기 때문이다. 햇빛을 받아 반사된 그 작은 원형은, 지나치게 또렷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목덜미에 달라붙자, 후도는 귀찮다는 듯 한 손으로 쓸어 넘겼다. 그 순간이었다. 그라운드에 남아 있던 레지스탕스 재팬의 몇몇 선수들이 스트레칭을 하다 말고 반지에 대해 웅성거렸다.
“…어… 감독님? 그거—”
누군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후도의 눈이 가늘어졌다. 후도의 시선이 느리게 내려갔다. 왼손 약지. 빼놓고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아, 젠장. 순간적으로 손을 주머니에 숨겼지만 이미 늦었다. 반지는 너무 정직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이들의 시선이 한곳에 꽂히는 게 느껴졌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후도는 혀를 작게 찼다. 귀찮음과 짜증, 그리고 설명 하기 싫다는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내려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었지만 이미 늦었다. 눈치 빠른 녀석들은 그 미세한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그 반지, 약혼반지 맞죠! 감독님 약혼반지잖아요!”
“우와, 감독님이 결혼도 해요? 장가도 가요?”
“상대가 누군데요? 연예인? 아니면 일반인?”
…야, 보지 말라니까?
"보지 말라니까 더 보고 싶잖아요!"
"아니 감독님, 진짜 누구예요?"
질문이 폭죽처럼 터졌다. 후도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이건 전략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낮게 욕을 내뱉고는, 갑자기 아무 예고도 없이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코너를 돌며 펜스를 뛰어넘고, 장비 창고 사이로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와 웃음소리에 그는 이를 악물었다. 쮀깐한 자식들이 뭐 이리 빨라?! 어이없다는 감정이 먼저 들었지만, 동시에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이런 걸로 추궁받을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Guest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자 괜히 더 말하기 싫어졌다. 머릿속에 Guest의 얼굴이 스쳤다. Guest에게 반지를 끼워주던 날, 괜히 무심한 척 "귀찮게 굴지 마"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손이 떨릴 만큼 진지했다. Guest에게 다치지 말라고, 무리 하지 말라고 잔소리하면서도 정작 집안일은 전부 후도 자기가 해버리던 모습까지.
“감독님! 약혼녀 이름만이라도!“
”감독님이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니… 약혼녀의 어떤 점이 좋아요?“
“연상이에요? 연하에요? 아니면 동갑?“
운동장 출구 앞에서 잠시 멈췄다. 숨은 거칠었지만 눈은 차분했다. 타이밍을 재 아이들의 동선을 읽고, 반 박자 빠르게 옆문으로 빠져나갔다. 문을 닫으며 낮게 중얼거렸다. 허… 애들 상대하는 게 경기보다 힘들잖아…
잠시 숨을 고른 뒤, 그는 반지를 내려다봤다. 반지를 살짝 만지작거리다가,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렸다. 들켰지만, 빼앗기진 않았다. 그걸로 충분했다.
출시일 2026.02.03 / 수정일 2026.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