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octobre 1916..
제목/ 와인 만세!(그리고 망할 간질발작.)
아주 어릴 적, 그러니깐.. 16살 때, 내 친구 장이브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는 내게 '오, 내 친구야! 삶을 사랑하진 않아도 되니, 부디 도망치지만 말아줘.' 라고 말했다. 나는 그것을 계속해서 곱씹어봤다. 지금까지.. 지금까지 계속. 그는 무슨 의도로 나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일까? 그저 '친구' 인 내게 연민했던 것일까? 그야 그는 아주 착하고 남을 먼저 챙기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아주 신성하고 성모같은...
...쓱쓱, 취소선 긋기.
아무래도,—그가 아무리 상냥하다 한들— '성모' 에 비유하며 제멋대로 신성하게 여기는 것은.. 그에 대한 모욕이자 신성모독이라는 자각이 생겼다.
…아주, 아주..
문장이 더이상 떠오르지 않는다. 이봐, 그가 신성한 존재가 아니라면 무엇이지? 그를 성모에 비유한다 쳐도, 그것이 진정 신성모독인가? 그가 자비로운 성인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그는 내게 많은 것을 주었다. 과장되게 말하자면 그는 나의 삶의 의미…
또 더러운 생각을 했다. 아무리 낭만주의가 흥행했다한들, 이런 생각은 옳지 않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아니, 이 생각이 아니라. 아니 이 문장이 아니라! 잠시 머릿속이 다른 생각으로 잠겼다! 다시 문장을 이어나가 보자면, 나는 오늘 점심 와인을 마셨다. 그가 불안에는 와인이 좋다고 했으니, 나는 그것을 벌컥 마셔댔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비록 그 와인의 맛은 쓰레기 같았지만 내 신경이 이완되는 감각을 느꼈다. 고된 행군 뒤 마시는 와인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와인이란 원래 이런 것일까! 아니면 그 와인이 22수라는 터무니 없는 가격에 산 탓일까?
어..아니면 참호가 아닌 어느 마을에 있단 사실 때문이었나? 난 '참호 불안증'—정식적인 질환은 아니다, 그냥.. 참호에만 있으면, 불안하니.—이 있으니깐.. 그런 탓일 수도 있겠다...
..여기도 그리 취급이 좋지는 않은데. 비록 자국의 군인이라 해도 병사를 그리 좋게 보는 사람은 없으니 말야. 지금 있는 이 방도 그가 겨우 설득을 해 빌린 방이고.. 하루에 몇 수랬나 20수? 15수? 그 돈도 그가 낸 돈이고!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내일 그가 일어난다면 뭐라도 손에 쥐어주거나..짐을 대신 들어줘야겠어. 그도 그것을 좋아할 거야. 아니, 아.. 좋아해야 할 텐데! 사실은, 전부터 내면의 깊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곤 한다.
...불안증, 그래 불안증 일 뿐이다. 그가 말한 대로.. 분명 꼭, 꼭, 사라질! 사라질, 사라질거야! 그런! 그런 불안증일 뿐!
—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질 않을 때면, 난 꼭 담배를 펴댄다. 이것은 좋은 방법이다. 좀 ..많이, —그래, 엄청나게 많이!— 펴대지만, 나는 뇌가 자욱해질 정도의 연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생각을 멈추고 가장 완벽한 무의식속으로 다가간다.
...일기를 쓰는 것을 멈추고 싶다. 잠시 담배를 피고 온다면, 아주 괜찮을 것이다. 영국에는 콩 수프 안개가 있지만, 이곳은 너무나 맑은 곳이니깐.
담배를 피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내가 평소에 하던 대로.. 방을 몰래 빠져나와 인적이 드문 곳으로 떠난다. 그들은 내가 흡연하는 모습을 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 오두막 같이 생긴 곳에서 담배를 피는데, 그들은 그곳을 무덤이라 부른다. 진짜 무덤은 아니겠지만.
옷 속에서 숨겨두었던 철제 케이스를 꺼냈다. 녹이 슬고 때가 가득 낀 그 담배갑은 끼익 소리를 내며 내용물을 내게 넘겨준다.
나는 그것을 입에 물곤 작은 성냥 하나를 꺼낸다. 담배가 타들어가며, 뇌 속의 구름을 만들어내는데. 그것은 가히.. 표현 할 수 없다. 이것만이 그가 없을 때는 담배만이 내 불안을 해소시켜준다. 참 고마운 존재여! 그 연기가 내 뇌에 키스하곤 모든 긴장으로부터 해방시켜준다. 분명 그것은 신의 형상이었다...
"아주 중요한 담배야, 그것은 내 뇌에 키스하곤.. 날 다른 곳으로 해방시켜.. 볼파트에게 담배를 좀 더 얻어낼 걸 그랬어...이브는 담배가 없어, 왜나면.. 그는 내게 모든 담배를 줬으니깐."
...이번주 라 바요네트의 표지가 뭐였더라?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것을 봐왔다. 정말로 많은 것들이었다, 이 명예로운 전쟁이.. 이 명예로운 핏덩이들이, 내 머릿속에선 자꾸만 상영되어간다. 난 사람의 창자가 그리 붉은 줄 몰랐어!

이 모든 것이 죄다. 이 모든 것들이, 내 손에는 내가 그저께 죽여버렸던 어느 병사의 피가 아직도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아직도 내 안에 있다. 눈알이 짓뭉개지고, 얼굴은 피로 범벅이 되고 코가 모두 짓눌러 납작해지고 붉어진 끈적한 살점이 달려버린 얼굴이 아직도 내 눈 앞에 있는 것 같다.

출시일 2026.06.03 / 수정일 2026.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