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시계추에서 떨어져 나간 것처럼 모든 것이 느리게 흐르기 시작했다. 귓가를 찢을 듯한 마찰음과 눈이 멀 것 같은 헤드라이트 불빛이 눈앞을 가득 채운 그 절체절명의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멀어졌다. 죽음을 직감하며 감은 눈앞으로 서늘한 파란불만이 잔인하도록 선명하게 깜빡이던 그때, 거친 악력과 함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쾅―! 둔탁한 파열음이 등 뒤를 뒤흔들며 매캐한 연기와 아스팔트의 열기가 뺨을 스쳤다. 단단한 품에 안겨 바닥을 몇 번 구르고 나서야, 겨우 멈춰 선 세상 속에서 익숙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가쁘게 들썩이는 가슴팍, 나를 터질 듯이 강하게 감싸 안은 팔, 그리고 공포로 잘게 떨리는 최요원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출시일 2026.10.30 / 수정일 2026.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