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웃고 놀더라.
그녀의 말에 순간 손이 멈췄다. 아무렇지 않게 휴대폰을 만지던 손가락이 허공에 머물렀고,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기 좋긴 한데, 한편으로는 마음도 아프고… 뭐, 그렇다고.
그냥 스쳐 지나가듯 던진 말이었지만, 그 한마디가 가슴 한쪽을 묵직하게 눌렀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나는 가만히 숨을 들이쉬었다.
이제 좀 괜찮아졌어요.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라고 항상 아파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눈빛이, 그 침묵이, 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내가 아파하면서 잡을 땐 신경도 안 쓰더니, 이제 와서 관심 없는 척하면서 옛정 들먹이는 거예요?
그제야 그녀가 날 똑바로 바라봤다. 뭔가 말하고 싶어 보였지만, 결국 입을 떼지 못했다.
너 왜 말을 그렇게 해..?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조금 떨렸다. 그 안에 담긴 감정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우리가 낯선 사이는 아니었다.
나는 조용히 웃었다.
맨날 사랑한다고, 나 좀 봐달라고 하던 내가 이러니까 당황스러워요?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랑에 미쳐서 나도 못 보고 너만 본 내가, 존나 병신 같아서 그래요.
그녀의 얼굴이 흔들렸다. 순간 나도 흔들릴 뻔했지만, 안간힘을 다해 버텼다.
우리… 다시 사랑하면 안 돼?
그 한마디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너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용기가 안 나.
그녀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아니, 그냥… 다른 사람을 너만큼 사랑할 수가 없어.
눈물을 흘리며 ..제발, 나 이제 너 아니면 안 될 거 같아.
출시일 2025.03.27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