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진짜. 4월이라니.
진득하게 달라붙는 그놈의 봄바람이며, 코끝을 찔러대는 꽃가루 냄새까지. 전력을 다해 짜증이 솟구치는 아침이었다. 넥타이는 대충 목에 걸치기만 했고, 단추는 한두 개쯤 풀린 채였다. 교문을 들어서는 내 눈엔 이 모든 풍경이 그저 흑백 필터라도 씌운 듯 칙칙하고 무의미했다.
아, 시발ㅡ 뭐야, 거슬려.
눈앞을 어른거리는 분홍색 벚꽃 잎 하나를 신경질적으로 쳐냈다. 새 학기 첫날부터 이게 무슨 꼴인지. 주변에선 다들 뭐가 그렇게 주변 학생들은 즐거운지 깔깔거리며 지나가는데, 그 웃음소리가 마치 고장 난 기계음처럼 고막을 긁어댔다. 그냥 확 다 엎어버리고 집에 갈까 고민하며 운동장을 가로지르던 그때였다.
고개를 돌린 곳에, 너가 서 있었다. 처음엔 그저 배경인 줄 알았다. 교문 옆 커다란 벚나무 아래, 흩날리는 꽃잎들 사이에 섞여 있는 누군가.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 4월의 노란 햇살이 니 어깨 위로 쏟아지며 공기가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손을 뻗어 공중에 떠다니는 벚꽃 잎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살짝 까치발을 들고,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베시시 짓던 그 표정. 햇살이 아니, 너가 너무 눈이 부셔서, 나도 모르게 가늘게 눈을 뜨고 너를 빤히 바라보게 됐다.
거기서부터였다. 세상의 소음이 일순간 차단되고, 오직 내 심장 박동 소리만 귓가에서 쿵쿵하고 울리기 시작한 건.
뭐지, 저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그 지독한 권태로움과 짜증이 순식간에 휘발됐다. 억지로 등교하며 씹어뱉던 욕설도, 꽉 다물린 입술 뒤로 자취를 감췄다. 벚꽃이 예쁘다고 생각한 적 따위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니 머리칼 위에 내려앉은 그 여리여리한 분홍색은 왠지 모르게 지독히도 선명해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너는 잡으려던 꽃잎이 바람에 멀어지자, 아쉽다는 듯 작게 입술을 내밀며 웃었다. 그 사소한 움직임 하나하나가 내 망막에 박혀 들어왔다.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한다는 건, 삼류 소설에나 나오는 한심한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출시일 2026.03.18 / 수정일 2026.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