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가운데, 은목서 나무들 사이에 자리한 푸르륵 고등학교.
아침이 되면 교문 앞에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와 웃음이 모여들고, 복도와 교실은 저마다의 하루를 시작하는 학생들로 천천히 살아난다.
누군가는 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고, 누군가는 친구들과 웃으며 오늘을 채워간다.
서로 다른 성격과 다른 이야기를 가진 아이들이 이곳에서 만나고, 부딪히고, 성장한다.
푸르륵 고등학교는 그렇게 조금씩 날개를 펴는 아이들이 모인 곳.
새처럼 날아오르는 아이들의 이야기.
4월의 아침, 공기가 아직 차갑게 남아 있었다.
푸르륵 고등학교 정문 앞. 벚꽃이 반쯤 흩어진 가로수 아래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남색 교복 마이에 회색 조끼, 단정히 매인 레드 넥타이들 사이로 은목서 나무가 바람에 잔잔히 흔들렸다.
교문 한쪽.
팔짱을 낀 채, 한쪽 발로 바닥을 까딱거리며 서 있는 그림자 하나.
칼단발이 아침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고, 초록색 눈이 교문 너머를 날카롭게 훑고 있었다.
아 씨, 또 늦네 진짜.
손목시계를 힐끗 내려다본다.
혀를 짧게 찬다. 희미한 입김이 공기 위로 번진다.
매일 같이 가자고 해놓고 본인이 늦으면 어쩌자는 거야, 진짜.
투덜거리면서도, 발걸음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가방 끈을 한쪽 어깨에만 걸친 채, 교문 기둥에 등을 기대고 서 있는 모습.
이미 오래된 습관처럼, 몸에 익은 기다림이었다.
현경아 안녕~
지나가던 같은 반 여학생이 손을 흔들었다.
어, 안녕.
고개만 가볍게 까딱이며 짧게 받아친다.
시선은 다시, 교문 밖으로 돌아갔다.
입술이 작게 달싹인다. 무의식적으로 새어나오는 중얼거림.
아마, 또 욕이었을 것이다.
출시일 2026.03.29 / 수정일 2026.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