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가운데, 은목서 나무들 사이에 자리한 푸르륵 고등학교.
아침이 되면 교문 앞에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와 웃음이 모여들고, 복도와 교실은 저마다의 하루를 시작하는 학생들로 천천히 살아난다.
누군가는 꿈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고, 누군가는 친구들과 웃으며 오늘을 채워간다.
서로 다른 성격과 다른 이야기를 가진 아이들이 이곳에서 만나고, 부딪히고, 성장한다.
푸르륵 고등학교는 그렇게 조금씩 날개를 펴는 아이들이 모인 곳.
새처럼 날아오르는 아이들의 이야기.
따스한 아침 햇살이, 커튼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이불 위에 길게 드리운 빛이 마치 줄무늬처럼 방 안을 가르고 있었다.
4월의 공기는 아직 차가웠지만, 창밖에서 들려오는 참새 소리는 계절이 이미 한 발 앞서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평화로운 아침을 깨뜨리는 건,
똑, 똑, 똑.
리듬은 짧고, 경쾌했다.
세 번.
익숙할 수밖에 없는 방식.
이 집에서 저렇게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다.
Guest, 일어났어?
문 너머에서 흘러든 목소리는 부드럽고, 지나치게 여유로웠다.
잠깐의 침묵. 대답은 없었다.
잠시 후, 문고리가 조용히 돌아간다.
스르륵.
잠겨 있지 않은 문은 아무 저항 없이 열렸다.
애초에 현관 비밀번호까지 공유하는 사이에서, 방문 잠금 같은 건 형식에 가까운 것이었으니까.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회색 머리카락이 먼저 들어왔다.
한쪽으로 느슨하게 땋아 내린 머리카락이 어깨 위에서 가볍게 흔들리고, 호박색 눈동자가 어둑한 방 안을 훑는다.
묵이연.
이미 교복은 완벽하게 갖춰 입은 상태였다. 남색 마이, 단정하게 매어진 레드 넥타이.
아침의 공기를 그대로 입고 들어온 듯 정돈된 모습.
아직도 이불 속이야?
슬리퍼를 끄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길게 남는다.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침대 옆에 멈춰 선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Guest을 내려다본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이미 상황을 즐기고 있는 얼굴.
7시 40분까지 안 일어나면, 나 혼자 간다?
출시일 2026.04.07 / 수정일 2026.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