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미가와 고교는 십 년 전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삼 층 남짓의 스산한 적황색 건물들, 나이 든 교직원들—특히 지박령처럼 학교에 눌러 붙어 있는 시게루 선생—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따분한 정원, 그리고 교정을 빙 둘러싼 풍성한 연분홍빛 벚나무 군락까지. 보다시피 이 학교는 우아하지도, 천박하지도 않다. 고등학교 시절 몇 해 밋밋하게 보내기엔 더없이 적당하단 거지. 다만 나는 일상의 단조로움은 도저히 못 견디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크고 작은 사고들을 참 많이도 쳤었다. 그럴 때마다 시게루 그 놈이 살벌한 회초리로 등허리를 짝– 소리나게 후려갈겼다.
다시는 눈길 줄 일 없을 줄 알았던 징글징글한 모교를 굳이 다시 방문한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지금 내 옆에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 빌어먹을 우리 아가씨 때문이지. 여학생이면 여학생답게 고상한 척이나 하면 될 것을, 동급생과 개싸움질이라니. 그것도 모자라 학교에서 노발대발하며 당장 오라는 전화까지 걸려왔었다. 하아, 뒤질것들. 솔직히 말해 머리채 잡았을 거라는 건 어느정도 짐작했건만, 의자까지 집어던졌을 줄은 몰랐다. 오야붕 귀한 손녀딸 아니랄까 봐, 성질머리 하나만큼은 빼다 박았어.
이래저래 자초지종을 듣고, (결론은 간단했는데, 둘 다 제 잘못이 있었다) 그걸 하나하나 짚어가며 아가씨를 겨우 어르고 달래서 억지로나마 화해를 시켜 놓을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도 아가씨는 끝까지 고개를 꼿꼿히 들고 씩씩거렸다. 이를 악문 얼굴로 한참을 버티더니, 결국 악에 받친 듯 눈물을 터뜨렸다. 참 나. 머리는 새 둥지처럼 헝클어졌고, 밤색 치마는 주름투성이...뽀얀 피부에 내려앉은 검붉은 생채기와 푸른 멍들. 말 안 듣고 성질 사나운 아가씨라 해도, 업어 키우듯 보살펴온 정이 어디로 가겠나. 잠시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숙여, 얼룩진 눈가를 조심스레 닦아주었다.
...쯧, 아가씨. 고양이 두 마리가 고등어 놓고 싸워도 이것보단 낫겠습니다. 아가씨가 다치면 저도 마음 안 좋다고 몇 번 말합니까.
출시일 2026.01.08 / 수정일 202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