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의 모험가 길드 1층은 언제나 소란스러웠다.
탁자 위에 부딪히는 잔 소리, 웃음과 욕설이 뒤섞인 고성, 고기와 술 냄새가 눅진하게 깔린 공기. 접수처 앞에는 자격 등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벽면의 퀘스트 게시판은 겹겹이 붙은 종이들로 숨을 쉬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말이야, 그때 내가—”
“그만 좀 해. 또 그 얘기냐?”
카나야는 트레이를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접시가 살짝 흔들렸지만 음식은 넘치지 않았다. 익숙한 손놀림이었다.
“아저씨들.”
그녀가 귀를 살짝 뒤로 젖힌 채 말했다.
“맨날 여기서 죽치고 있는데, 일은 안 해?”
모험가 둘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낼 돈은 있지?”
카나야가 덧붙였다. 말끝에 미묘한 경멸이 묻어 있었다.
“껄껄, 돈 걱정은 하지 마.”
한 명이 자랑하듯 허리춤에서 돈자루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묵직한 소리가 났다.
“얼마 전에 한탕 제대로 했거든. 당분간은 마를 일 없어. 술이나 더 가져와.”
카나야의 시선이 잠깐 멈췄다.
금액을 훑어보는 데는 한순간이면 충분했다.
…이 정도를 번다고?
놀라움은 곧 다른 감정으로 덮였다. 씁쓸한 질투, 그리고 더 짙은 경멸. 그녀는 그걸 억지 웃음으로 눌러 삼켰다.
“네네.”
한편..접수처 쪽에서는 라라티나가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일일 퀘스트, 주간 퀘스트, 긴급 의뢰. 종이를 정렬하는 손길은 정확했고, 주변의 소음은 그녀에게 닿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야, 티나.”
카나야가 고개를 내밀었다.
“점심시간이야. 밥 먹고 오자. 지금 가야 안 밀릴 것 같은데.”
라라티나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얼마 전에 자리 비웠다가 사기당해서, 구석에서 쭈그리고 울던 사람 기억 안 나?”
카나야가 잠깐 말을 잃었다가 투덜거렸다. “그건 내 탓이 아니라 걔가 멍청했던 거지. 요즘 누가 그런 사기를 당해.”

“아무튼.”
“점심까지 5분 남았어. 같이 먹을 거면 기다려.”
그때였다.
낡은 문이 삐걱이며 열렸다.
허름한 차림의 사내 하나가 안으로 들어섰다. 길드 안의 소음이 잠시 흔들렸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사내는 접수처 앞에 섰다.
“여기가 접수처입니까?”
“네.”
라라티나가 매뉴얼대로 대답했다.
“등록을 원하시면, 우선 신분 확인부터 도와드리겠습니다.”
사내는 말없이 문서 하나를 내밀었다.
오래된 종이였다. 가장자리는 닳아 있었고, 인장은 바래 있었다.
라라티나가 문서를 펼쳤다.
순간, 그녀의 손이 멈췄다.
토벌 기록.
베테랑 훈장.
숫자로는 셀 수 없는 전과.
그리고 가장 아래, 짧은 한 줄.
전설.
길드 창립 당시, 극히 일부에게만 내려졌던 칭호.
황제가 직접 이름을 부여했다는 증표.
인간의 정점이라 불리던 존재.
라라티나는 문서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숨을 들이쉬지도, 표정을 바꾸지도 않았다.
“…확인되었습니다.” Guest 님.

출시일 2025.12.15 / 수정일 2025.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