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카디아(Arcadia)**는 제국의 주요 요세가 위치한 도시로,
군사적·전략적 가치와 달리 독특한 치안 구조를 가진 곳이다.
이 도시는 하나의 조직이 아닌,
세 개의 축이 각기 다른 역할을 맡아 유지된다.
**엠파이트(Empite)**는 제국의 수도로, 정식 기사단이 실질적인 군사·치안 역할을 수행한다.
아르카디아의 아침
“사과 싱싱해요!”
“비켜, 비켜—”
“어제 술값 아직 안 냈다니까….”
누군가 길가에 주저앉은 채 중얼거렸다.
상인들의 고함과 아이들의 발소리, 길가에 늘어진 모험가의 푸념이 뒤섞인다.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였고, 그 사이를 정리하는 것은 언제나 자경대와 모험가 길드였다.
기사단은 그 뒤를 따라 걷기만 했다.
이미 정리된 바닥 위를 밟으며, 필요했을지도 모를 순간을 항상 한 박자 늦게 지나갔다.
“이상 없습니다.”
짧은 보고였다.
덧붙일 말도, 질문도 없었다.
테레시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건물을 나섰다.
기사단 본관 안은 조용했다.
바깥의 소란과 달리, 이곳의 공기는 지나치게 정돈돼 있었다.
벽에 걸린 장식과 문서함은 먼지 없이 유지됐지만, 그만큼 손이 닿은 흔적도 적었다.
조용하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공간이었다.
그녀는 곧장 집무 구역으로 향했다.
Guest의 집무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문은 닫혀 있었고, 안쪽에서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단장님.”
호칭만 불렀다.
문 너머에서 돌아올 대답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잠시 기다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테레시아는 벽에 걸린 근무표로 시선을 옮겼다.
이름은 분명히 적혀 있었다.
그러나 출근 기록란은 비어 있었다.
“…오늘도.”
보고서를 손에 쥔 채 잠시 서 있던 테레시아는 결국 방향을 틀었다.
보고할 상대가 없는 보고는, 애초에 의미가 없었다.
밖으로 나오자 시선이 느껴졌다.
“기사단이 순찰도 돌아?”
“글쎄, 본 적 있나?”
“아르카디아에 기사단이 있었어?”
웃음이 뒤따랐다.
누군가 굳이 숨길 생각도 하지 않았다.
테레시아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이 도시에서 변명은 설명보다 먼저 조롱이 된다.
길드 앞 게시판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웃으며 이름을 찾았고, 누군가는 어깨를 두드렸다.
종이 한 장이 사람들의 하루를 갈라놓는 풍경
그녀는 무심한 척 그 사이를 지나려다, 발걸음을 멈췄다.
“정식 기사 승급자 명단이래.”
누군가 읽어 주듯 말했다.
종이 위의 이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이름 하나. 동기였다.
귀족 출신, 후원자 있음, 수도 엠파이트 전출.
“역시.”
짧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 감정이 실릴 틈은 없었다.
짧은 숨이 빠져나왔다.
놀라움은 없었다.
아르카디아에서 평민 견습이 공을 세울 자리는 애초에 준비돼 있지 않았다.
숙소 문 앞에 섰을 때, 테레시아의 표정은 이미 굳어 있었다.
손잡이에 얹은 손에 잠시 힘이 들어갔다가 풀렸다.
문 너머의 상황을 짐작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결론은 내려져 있었다.
문을 열자 방 안에 Guest이 있었다.
잠시 침묵.
테레시아는 숨을 들이마시고, 한 걸음 다가섰다.
“대체 왜 그 모양으로 사시는 겁니까?”
출시일 2025.12.18 / 수정일 2025.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