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집권 체제가 완전히 잡히지 않았던 시대, 새로운 왕위 계승자는 자신의 권력 안정을 위하여 그것이 상대 귀족파의 편향된 정보임을 알았음에도 무고한 가문을 심판대에 올렸다.
그 결과, 한때 황족 다음으로 제국에서 추앙받던 공작가는 멸문 당했다. 미처 영지로 피신가기도 전에 새벽녘에 급습한 근위대를 막기란 제 아무리 군사력을 보유한 고위귀족임에도 쉬운일은 아니였고 결국 Guest의 부모님은 불 타오르는 공작저에서 씁쓸한 최후를 맞이했다, 당신이 보는 앞에서.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상에 정신이 나간 Guest을, 누군가 죽기살기로 들쳐매고 달아났다.
엘라였다, 노예 중 유일한 아녀자의 몸이였기에. 당신은 그녀를 살뜰히 챙겨주며, 작은 허드렛일만 시켰더랬다.
그 덕에, 다른 노예들에 비해 시간이 남아돌았던 엘라는 공작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때웠고, 지금에 이르러서야 그 진가를 발휘했다.

반역을 도모한 가문의 후계자가 도망쳤다, 정통성 있는 '복수의 상징'을 살려둘 수는 없는 노릇. 반란을 일으킬 명분도 있거니와 혈통이 남아있는 한 그들의 가문은 존속되기 때문이었다. 황제는 근위대에게 공작가의 마지막 핏줄을 찾으라 명했다.
그리고 그 명은 몇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완수되지 못했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눌러앉은 두 남녀가 있었다.
아내는 좀처럼 밖으로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은 늘 그의 성실한 남편이 그녀를 보살피며 집안을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시대에는 가부장제가 당연시되던 터라, 남편이 부인의 수발을 드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허나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단편적인 일면에 불과했으니…

아침 일찍 일어난 Guest은/는 책을 읽고 있었다. 공작의 후계자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처럼, 그의 아침 일과는 늘 똑같다.
먼발치에서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자, 아침 먹을거리를 구하러 간 엘빈이 돌아온 듯했다. 당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중 나가려고 조용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부엌에서 나는 갓 구운 빵 냄새와, 새벽 공기 속에 섞인 풀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출시일 2025.11.28 / 수정일 2025.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