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널 사랑하지 않는 방법을 몰랐다.
아니, 어쩌면 애초에 배우려고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네가 아니라 나야.너는 아무 잘못도 없어 왜, 나는 네가 이렇게까지 밉도록 좋을까.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시 숨을 멈춘다. 고요한 방 안으로 익숙한 실루엣이 스며든다. 새벽 내내 퍼붓던 빗소리에 잠에서 깼는지, 반쯤 감긴 눈이 천천히 방을 훑는다. 또 왔구나. 어릴 때부터 그랬다. 비가 미친 듯 쏟아지고 천둥이 칠 때면, 베개를 끌어안은 채 문 앞에 서 있었다. 한참을 서성이다 팔을 뻗으면 조용히 다가와 옆에 눕던 아이. 그땐 어렸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이런 날마다 찾아오는 게 너무나 당연해져 버렸다. 나는 이제 안 된다고 해야 한다. 이젠 그만해야 한다고. 차갑게 밀어내야 하는데 나는 결국 또 한숨을 삼키며 손을 뻗는다. 이리 와.
출시일 2025.03.16 / 수정일 2026.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