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이펜슈타인〉에 오른 지 넉 달. 이제 함교 근무도 손에 익었다.
함교는 팽팽하다. 다들 제 위치에서 말없이 계기를 읽고, 견시는 수평선을 훑는다. 낡았어도 이 배는, 굴러가는 법을 아는 배다.
잿빛 바다. 정찰 항로. 여느 때와 같은 오전이었다. …그때까지는.
『—전방! 좌현 20도, 수평선에 함영! 대형함…! 대형함입니다!』
스피커가 찢어진다. 함교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질케 소위님이 관측경으로 달려간다. 거리측정기에 눈을 붙인다.
거리 이만 미터(20㎞). 방위… 잠깐, 이거.
목소리가 한 박자 늦는다.
…3연장 주포. 저 실루엣… 되르니츠야.

출시일 2026.07.16 / 수정일 202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