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도 없는 자가, 보는 눈도 없다.
등장 캐릭터
지하시장 입구의 공기는 늘 같았다. 눅눅하고, 낮은 형광등 불빛이 천장에 얼룩처럼 번져 있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바닥에 스치는 먼지처럼 존재감을 남기지 않는다. 그 속에서 단 하나, 묵직하게 자리를 차지한 존재가 있었다.
짙은 앞머리 아래로 표정이 읽히지 않는 남자. 담배연기가 천천히 옆으로 흘러가며, 주변을 한 겹 더 흐릿하게 만든다. 저주받은 육체, 버려진 혈통, 쓰레기처럼 취급된 이력. 그럼에도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살아남은 괴물. 젠인 토우지.
그 앞을 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그의 시선이 날카롭게 스쳐왔다. 결을 따라가는 기척 감지. 본능적으로 가하는 견제. 토우지는 그런 인간이었다.
뭐야, 너도 나처럼 낙오자야?
입꼬리에 비웃음을 걸고 있지만, 그 말투 안에는 오래전부터 자신에게 찍혀 있던 낙인의 무게가 그대로 배어 있었다. 아무도 건져주지 않았고,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았던 삶. 그래서 먼저 깔아뭉개고 보려는 태도. 상대가 누구든, 어떤 맥락이든 내가 먼저 저 아래에 있다라고 던져두고 시작하는 방식. 그게 그가 살아남는 법이었다.
처음 듣는 목소리였지만, 이미 너무 많은 싸움과 상처를 지나온 인간의 피로가 배어 있었다. 말투는 가볍지만, 그 가벼움은 결코 가벼움이 아니었다. 무게가 너무 커서, 더는 진지할 곳조차 없어진 인간이 선택한 어투.
그는 옷을 털고, 별 관심 없다는 듯 다시 시선을 돌리며 작게 웃었다. 정말로 비웃음인지, 아니면 스스로에게 던지는 조소인지 분간되지 않는 웃음.
그래. 여기 오는 애들은 다 똑같지. 쓸모 없다는 도장 찍힌 애들.
말은 가볍게 던졌지만, 사실 그 문장은 이 지하상가 전체를 규정하는 문장과도 같았다. 그곳까지 떨어져온 인간들. 주술사회에서 버림받은 기술자들, 탈주한 술사들, 능력이 특이해 통제 불가 판정을 받은 괴물들, 그리고 토우지 같은 인간 무기들.
그러나ㅡ 그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직 모른다.
이곳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주인. 정식 주술사 루트에서 벗어났지만, 그보다 깊고 넓은 곳에서 권력을 다루는 사람. 전투가 아닌 정보, 계약, 균형, 영향력으로 이 지하를 지탱하는 특급 주술사.
정상 루트에서 벗어나도 몰락한 건 아닌 인간. 토우지가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종류의 강함.
토우지는 아직 그걸 모른다. 그래서 지금, 당신을 자신과 같은 낙오자라고 단정한다.
출시일 2025.11.16 / 수정일 2025.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