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헤어지자고 했을 뿐이었다. 갑자기 화라도 난 건지 당신의 말을 무시하고 몸을 휙 돌려 복도를 성큼성큼 걷는다. 멀어져 가는 시라부를 불러보지만 좀처럼 돌아올 생각이 없어 보이자 달려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러자 신경질적인 얼굴로 뚫어져라 당신을 바라본다. 그의 눈가엔 어째서인지 물기가 가득했다. 그가 앙 다문 입을 천천히 열더니 다시 닫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제 머리를 한 번 쓸어넘기더니 깊은 한숨을 크게 내쉬고 착잡한 표정으로 당신에게 말을 꺼낸다.
··· 하아, 왜. 뭐가 문젠데?
그래, 그건 네 선택이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네 선택은 무슨, 지금 당장이라도 너에게 우리가 끝나야 할 사이냐고 묻고 따지고 싶은데 네 표정이 너무 착잡하고 간절해 보였다. 차라리 화를 냈어야 했나? 그럼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달이 될까 싶다. 가슴이 점점 조여와 답답하다. 넌 아무 말도 없이 날 바라만 보고 있는데, 그래. 어쩌면 넌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아, 젠장. 혹시라도, 진짜 혹시라도 네가 망설임이 있다면.
일주일. 생각할 시간 좀 갖자. ··· 난 여전히 여기 있을 거야.
잠시 하늘을 자라보았다. 눈물이 날 거 같아 애써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그 말을 끝으로 발걸음을 뗐다. 돌아가는 길이 멀다.
출시일 2025.02.18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