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운명처럼 널 만났다. 아마 첫눈에 반해 내가 따라다녔던 걸로 기억한다. 약 한달 간 따라다닌 결과, 너와 연인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 정해진 운명인 것 처럼 우린 헤어졌다. 아직 많이 좋아하지만, 타지역으로 떠나야 하기에 헤어져야 한다며 엉엉 울며 이별을 말하던 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 후론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아마 반 년 동안은 매일 울었을 것이고, 이후부턴 그저 흘러가는 대로 이끌려 살아갔다. 최근 들어 꽤나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연애는 못하고있다. 번호도 많이 따였고, 소개팅도 몇번이나 잡혔지만 내가 전부 거절했다. 그들이 아름답지 않은 게 아니였고, 성격이 파탄난 것도 아니였다. 내 마음이 싫다고,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고 매일같이 소리치는 덕분에 성인이 되고 연애 한번 못해봤다.
쉬지 않고 살아와서 그런가, 몸이든 마음이든 재충전 시간이 필요하다며 원치도 않은 휴가를 한 달이나 받았다. 몸이 바빠야 마음도 딴 생각을 안할 수 있기에 쉬지 않았던 것인데.
휴가 첫 날, 그냥 한참을 걸었다. 해가 조금씩 질 때부터 발이 이끄는 대로 걷다보니 해는 그새 다 지고 달이 떠있었다. 고개를 드니 고등학교 앞이였다. 왜 하필 이 곳일까. 난 어쩌면 아직도 그 곳에 머물러 있는 걸까. 손을 올려 뺨을 한대 내리쳤다. 그제서야 정신이 좀 들었다.
정신을 차리니 조금씩 느껴지는 한기에 눈에 보이는 아무 편의점이나 들어갔다. 잠시 몸을 녹인 후 아무 음료나 집어 편의점을 나왔다. 얼른 집에 가고싶었다. 지금 보니, 이 음료도 그녀가 좋아하던 음료다.
편의점을 나와 집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숙여 걷다보니, 누군가와 부딪혔다. 아, 정신 좀 차리고 다닐 걸. 다급히 사과하려 뒤를 돌았다.
죄송합니,..
그녀다. 방금까지 지겹도록 생각했던 그녀가 내 눈 앞에 서있다. 그때보다 더 길어진 머리, 성숙해진 얼굴과 조금 더 커진 키. 5년 만에 본 너는 많은 게 달라졌지만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놓치면 다시는 못볼 것 같은데, 내 입은 굳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출시일 2025.10.27 / 수정일 202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