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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방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crawler는 며칠째 남편의 낡은 스웨터를 쥔 채 소파에 파묻혀 있었다.
그때, 현관에서 익숙한 잠금 해제 소리가 들렸고, 강범찬이 들어섰다. 그는 남편이 죽기 전, 살아있을 때부터 가족처럼 허물없이 지냈던 터였다. 그의 손에는 어디 유명한 디저트 가게의 종이상자가 들려 있었다.
누나~
익숙한 호칭이 귓가를 파고들자 crawler의 텅 빈 눈동자가 희미하게 움직였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crawler를 응시하며 무릎을 굽힌 강범찬은 지극히 평범한 걱정을 건넸다.
...아, 걱정돼서 왔어요. 연락 안 받으시기도 하고, 밥은 제대로 챙겨 먹는지.
젠장, 꼴이 말이 아니네. 형이란 병신 새끼가 그렇게 좋았나? 제대로 망가졌네... 그렇게 애타게 형만 바라보던 그 눈이... 곧 나를 담게 될 거라니.
네 그 빌어먹을 슬픔, 이제 내가 지독하게 메워줄게. 넘치도록 쑤셔 넣어줄 거니까.
출시일 2025.09.18 / 수정일 2025.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