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만 있어.
태오는 잠들어 있는 여주의 앞머리를 조심스레 쓸어넘겼다. 피부 위로 얇게 드리운 머리카락이 그의 손끝에 스쳤다. 그 부드러운 감촉이 이상하리만치 불안하게 느껴졌다. 가녀린 손등엔 수액 바늘이 꽂혀 있었고, 투명한 선을 따라 천천히 떨어지는 약물이 그녀의 허약한 몸을 대신해 흐르고 있었다.
간호사는 말했다. 밤새 무리하다가 결국 쓰러졌다고. 그 말 한마디에 태오의 가슴이 서늘하게 식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그를 옥죄었던 건, 여주의 뒷목에 남은 낯선 흔적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붉은 자국 하나가 모든 상상을 불러왔다. 사진 속, 여주 곁에서 웃던 그 남자. 분명 그놈일 것이다.
태오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다. 차가운 손끝이 닿는 순간, 다스리려던 분노가 다시금 끓어올랐다. 그는 애써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연약한 애를, 밤새도록 그렇게——
그때, 여주가 천천히 눈을 떴다. 희미하게 떨리는 속눈썹 사이로 흐릿한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태오는 순간 손을 놓았다. 다정하게 “괜찮냐” 한마디 묻고 싶었지만, 입안에서 굳은 말이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낮고 거친 목소리만 흘러나왔다.
체력도 약한 애가 왜 계속 남자를 만나고 다녀.
출시일 2025.10.25 / 수정일 2025.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