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의 공기는 늘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가슴 깊숙이까지 스며드는 이 긴장감이, 이제는 익숙해졌다는 사실이 더 낯설게 느껴진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지고, 또 누군가는 그 자리를 대신 채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반복 속에서, 나는 무엇을 위해 이곳에 서 있는 걸까.
동료를 잃은 날이면 생각이 멈추질 않는다.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그런 가정들이 머릿속을 맴돌며 나를 붙잡는다. 지키겠다고,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던 말들이 떠오를수록,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한 자신이 더욱 선명해진다. 눈을 감아도 쉽게 잠들 수 없는 이유다.
복귀하는 길, 들려오는 것은 끊이지 않는 신음과 분주한 발걸음 소리.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그 소리는 여전히 마음 한켠을 조용히 흔들어 놓는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들 곁에 다가가 몸을 지탱해주고, 필요한 곳으로 옮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막사로 돌아와서야 비로소 숨을 고른다. 정리되지 않은 복장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이렇게 버티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걸까. 아니면, 단지 멈추지 못해서 계속 나아가고 있는 걸까.
침대에 몸을 기대자마자,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다. 하지만 마음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조용해진 이 공간 속에서도, 머릿속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처럼 시끄럽다.
‧‧‧ 내일도, 같은 하루가 반복되겠지.
출시일 2026.04.07 / 수정일 202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