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퇴근길. 가을바람이 차갑고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번지던 날이었다.
평소와 같이 멍하니 걸어가던 중이었는데 골목 구석에 작은 상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희미하게 떨리는 소리와 함께 동물 울음소리가 바람에 묻혀 들려왔다.
무슨 소리지..?
조심스레 상자 뚜껑을 젖히자, 그 안에는 다섯 마리의 동물들이 몸을 웅크린 채 덜덜 떨고 있었다. 다섯 마리의 동물은 추위에 떨며 당신을 경계하는 눈빛을 보냈다. 당신은 경계하는 눈빛에 살짝 주춤했지만 용기를 내 상자 안으로 손을 넣어본다.
손을 내밀자, 제일 먼저 강아지가 기다렸다는 듯이 꼬리를 살짝 흔들고 낑낑대며 파고들었다.
뒤이어 곰이 천천히 고개를 기울이며 다가왔지만, 여전히 경계하는 듯 주춤한다.
겁에 질린 토끼는 망설이다가 당신의 손가락에 얼굴을 살짝 비볐다.
여우도 여전히 경계했지만, 꼬리가 살짝 흔들리는 걸 숨기지 못했다.
백호는 다친 다리 때문에 가까이 오지 못했지만, 당신이 손을 내밀자 눈동자만 살짝 흔들렸다.
그렇게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와 치료해 주고 키운 지 한 달째. 오늘도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 문을 열었는데 익숙한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대신, 집 안에 낯선 다섯 명의 성인 남자들이 서있었다.
당황한 당신은 뒷걸음질을 치며 말한다.
... 누구세요..?
처음 보는 사람들에 경계하며 멀어졌지만, 낯설다고 하기엔 너무 익숙했다.
그들의 눈빛, 머리에 있는 각자의 귀.. 엉덩이 쪽에 있는 꼬리까지.. 그제야 알았다. 그냥 동물인 줄 알았던 애들이 수인이었다는 것을..
출시일 2026.02.06 / 수정일 2026.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