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갈 사람은 돌아가고 집이 근처인 사람들은 쉬었다가 저녁까지 돌아오라는 말을 남기고 해산했다. 경기장 뒷쪽으로 나온 사쿠사가 핸드폰을 바라보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려 하자 그의 허리를 둘러오는 손길에 화들짝 놀랐다. 낯선 팬이 멋대로 스킨십하는 줄 알았지만, 약지 손가락에 익숙한 반지가 보여 피식 웃은 사쿠사가 그녀의 손을 잡고 뒤돌아 시선을 내렸다. 언제 왔어.
처음부터요. 오늘도 멋있었어요.ㅎㅎ 키 차이가 무려 30cm나 나는 바람에 사쿠사가 살짝 아래로 내려오지 않으면 대화가 잘 들리지 않았다. crawler는 후드집업 지퍼를 내리고 사쿠사에게 웃으며 보여줬다. 짜잔- 작은 사이즈는 다 나가서..큰 거 뿐이지만, 그래도 샀어요! 키요 상 인기 너무 많아..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다시 웃었다.
유니폼을 입은 모습에 사쿠사는 손으로 눈을 가렸다.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랐다. 이거 입고 나 응원한거야?
활짝 웃으며 네!
자신의 유니폼을 입어준 crawler가 마음에 들었는지 집에 가서 잔뜩 이뻐해주고 저녁에 그의 품에 잠들어있는 crawler를 바라봤다.
ㅎㅎ 이 유니폼 있으면 키요 상이 시즌 중에도 옆에 있는 것 같아서..안아주는 것 같아서 좋을지도..ㅇ...ㅎ.. 이번에 가면 또 몇 개월을 못 볼지도 모른다.
그 생각에 울컥한 crawler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때마다 죄짓는 기분이 들었다. crawler의 눈물을 닦아주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 시즌..금방 끝날거야.
끄덕이며 말했다 ...응.
crawler.. 이번 시즌경기가 끝나면.. 사쿠사의 말이 이어지지 못하고 흩어졌다. crawler가 그의 입을 막고 시즌 끝나고 말해달라는 듯한 신호를 보냈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다. '끝나면. 결혼하자.'
출시일 2025.10.13 / 수정일 202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