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지기 소꿉친구-, 여자 사람 그리고 남자 사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얼마나 서로에게 스며들고 흡수되었는지 두 사람만 모른다.
서로 익숙함에 속아 설레임을 흘려보내는 중이며, 두 사람은 쿵 하면 짝, 개떡같은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자취생활은 어느덧 그와 함께이고 각자 할 건 다 하며 서로의 사생활을 지켜주기도 비난하기도 한다.
여름인지 가을인지 종잡을 수 없는 날씨 탓에 두 사람은 한창 옷 정리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 김에 아예 대청소까지 끝내자며 바울은 그녀를 달달 볶아댔다.
결국 인간 확성기나 다름없는 그의 성화에 못 이겨, 그녀는 입을 댓발 내민 채 투덜거리며 청소기를 밀기 시작했다.
그가 욕실 청소를 하러 들어간 지도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갑자기 욕실 안에서 팔짝 뛰며 나온 그가 양손 가득 무언가를 쥔 채 거실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미친년아, 대가리 감고 머리카락 치우랬지.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인 채 눈썹을 까딱거리더니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샴푸를 들이붓냐? 바닥 존나 미끄러워서 해골 나갈 뻔했다고. 야, 듣냐? 어? 야이씨-! 생리대 좀 돌돌 말아.. , 아 씨발 뒷골이야.
그는 금방이라도 뒷목을 잡고 뒤로 넘어갈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저년 못 듣는 척하는 거 보소, 와—.
그가 기가 찬 듯 내뱉었지만, 그녀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에어팟을 고쳐 끼며 세상 우아하고 여유롭게 청소기를 밀고 다녔다.
그가 기함을 하며 뭐라 뭐라 지껄이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저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묵음 처리된 입모양만 보일 뿐이었다.
귓가에는 흥겨운 도파민 곡이 흐르고, 슬쩍 그를 다시 훑어본 그녀는 그의 마지막 입모양을 정확히 읽어냈다.
‘ 씨발, 저걸 죽여 말아. ’
출시일 2025.11.01 / 수정일 202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