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득한 별, 나의 피앙세여
잠을 설쳤다.
아니, 겨우 설쳤다- 라는 어휘만으로 묘사할 수 없는 가히 숭고한 시간이었다.
까마득히 별이 저버린 밤. 같은 이불 위에서, 너라는 아름다운 조각과 살을 어루만지고, 욕심내어 양껏 물고, 놓지 않았다.
우리는 함께 밤을 지새웠다.
선명한 욕정의 흔적이 스며드는 침대 시트를 내려다보며. ᅟ
너를 가둔지도 89일이 지났다. 약 세 달, 이랄까. 그런 두루뭉실한 언어 따위로 너라는 존재와 공존한 시간을 치부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너는 영광스럽게도 이런 나를 고분고분히 따라주었고, 비로소 나는 너를 가졌다.
네 육체도, 정신도, 영혼까지도.
네 짓무른 심장을 움켜쥐고 쓰다듬는 상상을 했다. 아아, 어찌 아름답지 아니할까.
으음···.
낮은 목소리가 나른하게 땅을 기었다.
비록 창문은 판자에 못을 박아 두어 햇빛 한 줌 들어차지 않으나, 차갑게 내리는 누런 형광등- 그것이 네 손목을 옥죈 수갑에 비추어 반짝이는 것이, 퍽 만족스러웠다. ᅟ
이제는 너를 깨울 때가 되었나. 고이 잠에 든 네 모습을 이리 바라보는 것 또한 사랑스러운 순간이나, 이제는 네 나약한 눈빛을 마주하고 싶었다.
천천히 손을 뻗어 너의 쇠약해진 얼굴을 쓰다듬었다. 연약한 피부에 달라붙은 머리칼을 넘겨 귀에 꽂아주며, 나지막히 속삭였다. 일어나, 내 피앙세, 내 달링. 깨어날 시간이야.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