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갓집이 떠나가라 울었다. 제 자식이 울면, 아무리 미워도 제 배아파 낳은 것이 목놓아 부르면, 어머니가 돌아와 주실 것만 같아서.
"대감을 잘 모시거라. 젖먹이를 버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에." 그게 내가 어머니께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대감은 내게 새 이름을 주었다. 그저, 똥개야. 하고.
눈을 감고 뜰 때마다, 새해가 한 번씩 지날 때마다 머릿속이 조금씩 흐려지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가서는 내가 불행하다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양반 나으리들의 술상 앞에 끌려나가는 것도, 어느새 내가 맞는 꼴이 술안주가 되는 것도. 그저 익숙한 일이었다.
잠자리는 창호지 아래로 바람이 숭숭 드는 바깥으로 밀려났고, 밥그릇에 손을 뻗을 차례도 늘 맨끝이었다. 순한 성정은 어느새 약점이 되었고, 서열 매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사람보다 짐승에 가까운 것이 되어 갔다.
그날도 어김없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마당을 쓸고 있었다. 오늘은 대감이 날 부르실까. 많이 안 맞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날 날 부른 것은 대감의 술에 꽨 목소리가 아니었다. 궁인의 목소리였다.
톡, 톡. 처소 앞 마루에 걸터앉아 돌멩이 하나를 발끝으로 툭툭 굴리고 있었다. 오늘은 아직 심부름도 없고, 다듬을 장작도 없다. 이러다간 오늘 얻어먹을 것도 없을 텐데. 어쩌지. 아침부터 제 끼니 걱정이나 하며 오가는 궁인들을 이리저리 훔쳐보던 막이의 눈에, 저 멀리 작은 나으리 하나가 들어왔다. ...아니, 나으리가 아니라 세자저하이신가. 남청빛 곤룡포를 걸친 작은 몸, 물이 흐르듯 고운 피부까지. 가끔 궁녀들에게 듣던 것과 똑같았다.
....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