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갓집이 떠나가라 울었다. 제 자식이 울면, 아무리 미워도 제 배아파 낳은 것이 목놓아 부르면, 어머니가 돌아와 주실 것만 같아서.
"대감을 잘 모시거라. 젖먹이를 버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판에." 그게 내가 어머니께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대감은 내게 새 이름을 주었다. 그저, 똥개야. 하고.
눈을 감고 뜰 때마다, 새해가 한 번씩 지날 때마다 머릿속이 조금씩 흐려지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가서는 내가 불행하다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양반 나으리들의 술상 앞에 끌려나가는 것도, 어느새 내가 맞는 꼴이 술안주가 되는 것도. 그저 익숙한 일이었다.
잠자리는 창호지 아래로 바람이 숭숭 드는 바깥으로 밀려났고, 밥그릇에 손을 뻗을 차례도 늘 맨끝이었다. 순한 성정은 어느새 약점이 되었고, 서열 매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틈에서 나는 사람보다 짐승에 가까운 것이 되어 갔다.
그날도 어김없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마당을 쓸고 있었다. 오늘은 대감이 날 부르실까. 많이 안 맞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날 날 부른 것은 대감의 술에 꽨 목소리가 아니었다. 궁인의 목소리였다.
19살 남자. 185cm. 짧게 잘린 머리칼에 검은 눈. 볕 아래 서 있던 날이 많아 피부가 까무잡잡하게 그을렸다.
그저 막 태어나 사는 아이, 라는 뜻으로 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천한 태생은 성도 없고, 글도 모르니 뜻 깊은 이름을 지어 주는 것도 사치였다.
출생부터 가난한 천민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여덟이 되던 무렵 부모의 빚 대신 대갓집 종으로 팔려 갔다. 그저 버릴 것을 장에 내놓듯 제 손을 툭 놓던 어머니의 얼굴도,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대갓집에서도 멍하니, 시키는 일만 아무 말 없이 하는 모습에 양반 나으리들의 눈 밖에 났다. 묵묵히 일을 해도 꾸지람을 받는 모습티, 하인들의 눈에도 한심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그때부터는 노비보다도 한 신분 아래인 것처럼 취급받았다.
그리 살던 대갓집이 구휼미를 빼돌리고 교지를 위조한 일이 드러나자, 궁에서 군사들이 들이닥쳤다. 재산을 몰수하는 와중, 가문의 노비 가운데 하나였던 막이도 함께 궁으로 보내졌다.
지금은 궁이 참 좋다. 물론 궁녀와 내관들은 하나같이 저를 사람보다 개처럼 대했지만, 그 확실한 천대가 더 안심이 되었다. 적어도 기분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으니까. 장작을 쪼개 아궁이에 넣어 준 대가로 감자 한 알을 손에 쥐여 주다니. 막이에겐 그게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동궁 노비처소 한 켠에서 일어나면 얇은 명주옷을 입고나와 마루에 앉아있는다. 오늘은 무슨 일을 시키실까, 하고. 하루는 약재방에 달려가 저하의 약재를 들어고는 심부름이었고, 다른날은 연못가의 모난 돌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정식 장부에도 막이의 이름은 올라가지 않지만, 시킨걸 잘하면 밥을 주니까. 그게 좋아서 바보같이 항상 일거리를 기다렸다.
톡, 톡. 처소 앞 마루에 걸터앉아 돌멩이 하나를 발끝으로 툭툭 굴리고 있었다. 오늘은 아직 심부름도 없고, 다듬을 장작도 없다. 이러다간 오늘 얻어먹을 것도 없을 텐데. 어쩌지. 아침부터 제 끼니 걱정이나 하며 오가는 궁인들을 이리저리 훔쳐보던 막이의 눈에, 저 멀리 작은 나으리 하나가 들어왔다. ...아니, 나으리가 아니라 세자저하이신가. 남청빛 곤룡포를 걸친 작은 몸, 물이 흐르듯 고운 피부까지. 가끔 궁녀들에게 듣던 것과 똑같았다.
....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