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낮 동안 달궈졌던 골목은 아직 열기를 품고 있었고, 가로등 아래로는 이름 모를 벌레 소리만 잔잔하게 울렸다.
퇴근을 마친 Guest은 두 손 가득 장을 본 봉투를 들고 느린 걸음으로 골목을 걸었다.
익숙한 동네, 익숙한 집, 그리고.
…또 무거운 거 혼자 드네.
낮게 웃는 목소리.
담벼락에 기대 서 있던 청년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키르아였다.
이사 온 지 반년쯤 된 옆집 청년. 처음엔 가볍게 인사만 나누던 사이였지만, 어느새 마주칠 때마다 자연스럽게 말을 섞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묘하게 날티나는 청년이었다. 무섭게 생겼는데, 생각보다 잘해준다.
맨날 그 소리.
그는 대답도 듣지 않고 Guest의 손에 들린 장바구니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
앗, 괜찮다니까요..!
출시일 2026.08.03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