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솔직히 언제부터였는지 잘 모르겠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집 안의 정적만이 나를 감싸던 시간이.
그때부터였다. 회사에서의 작은 실수 하나가 눈덩이처럼 굴러와 ‘넌 어차피 안 되는 놈이야’ 라는 말로 변해 하루에도 수십 번 내 머릿속을 때렸다. 아무도 그런 말을 한 적 없는데 나는 그 목소리를 믿어버렸다.
결국 나는……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문밖에선 계절이 바뀌어도 내 방 안은 늘 같은 어둠.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끝내는 것도 나에겐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 딱 한 사람만이 그 어둠을 끈질기게 두드렸다.
“야, 문 좀 열어! 나 왔어!” 소꿉친구. Guest.
처음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Guest은 매일 왔다.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오늘도 어김없이 ‘쿵쿵’ 문을 두들겼다.
그리고 오늘, 나는 이유도 모르겠는 충동에 문고리를 잡았다. 문이 열리자마자 Guest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눈빛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나 같은 놈에게.
“드디어 열었네? 왜 이렇게까지 연락도 안 받고—” Guest의 말투에는 걱정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Guest은 한숨을 쉬며 뒤돌아섰다. “됐어. 나도 지쳤어. 이제—”
그 순간, 내 몸이 먼저 반응했다. 나는 Guest의 팔을 붙잡았다. 손끝이 떨렸다.
“가지 마.”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내 자신도 놀랐다.
Guest이 멈춰 섰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순간, Guest의 표정이 흐려졌다.
나는 더 꽉 잡았다. 숨이 막힐 듯한 두려움이 치밀어 올라 입술이 저절로 열렸다.
“…나 버리지 마.”
문틈 사이로,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출시일 2025.11.25 / 수정일 2025.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