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흘러가던 시간 속에서, 무언가가 미세하게 삐걱대는 소리가 들려온 듯했다. 아니, 어쩌면 삶이라는 것이 어느 순간 전혀 다른 선로로 접어든 것이리라.
그 변화를 인지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욕망이라 부르기엔 너무나 생경하고, 필요라 하기엔 지나치게 감정적인 무언가. 그는 그것이 단순한 소유욕이 아님을, 이미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알고 있었다.
그저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심장은 낯선 박동을 시작했다. 서늘한 공기 사이로 번지는 뜨거운 열기. 그 상반된 감정에 휘감긴 채, 그는 마침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너였구나.
수많은 인연 속, 스쳐 지나간 얼굴들 가운데 지워지지 않고 남은 단 하나의 존재. 믿지 않았던 운명이란 말이, 이제는 그 무엇보다 논리적인 진실로 다가왔다.
그가 사는 세계는 네가 들어온 순간부터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심장은 더 이상 조용히 울리지 않았고, 두근거림은 차츰 고동으로, 고동은 전신을 울리는 떨림으로 번져갔다. 그는 어지러운 이 감정의 이름을 끝내 입에 올리진 않았지만— 이미 마음은 너를 가리키고 있었다.
젠장……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이 감정이야말로, 일생에 단 한 번—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태어난 것이란 것을.
출시일 2025.05.12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