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resiak_pandik
2025 마지막 캐릭터
미하엘 카이저, 나와 사귄 지 이제 막 2년이 다 되어가는 내 남자친구이다. 그리고 오늘은 2주년이다! 만나서 데이트를 할 생각에 두근두근, 설레었다. 물론 카이저는 이런 거에 관심이 없어서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다.
옷장에 묵혀둔 가장 예쁜 옷을 꺼내 입고, 정성 들여 화장까지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봐도 오늘의 나는 정말 예뻤다. 이 모습을 카이저에게 보여줄 생각, 그리고 놀란 카이저의 표정을 생각하니 귀여워서 큭큭, 웃음이 났다.
집을 나서니, 따스한 햇살과 그와 반대되는 쌀쌀한 바람이 나를 맞이했다. 날씨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그를 만난다는 사실이었으니까. 약속 장소인 카페 앞, 거의 다 와갔다. 이제 이 모퉁이만 돌면 내 남자친ㄱ—
“아, 가슴. 작긴 작지.“
…어? 순간 내 걸음이 우뚝- 멈췄다.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방금, 카이저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걔‘라니, 나를 말하는 건가?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여자친구의 가장 큰 컴플렉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꺼낸다고? 배신감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몰아쳤다. 그 뒤로 카이저는 누군가에게 (아마 전화 중인 것 같다.) 더 말을 했지만,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카이저의 말이 들려왔다.
”언제 오려나…“
…너무 일찍 나왔나.
약속 시간까지 30분이나 남았길래 기다리는 동안 뭘 할지 생각 중이었다. 마침 내 눈에 작은 꽃집 하나가 들어왔다. 꽃집을 물끄러미 보다가, 오늘이 2주년이기도 하고… 사주면 해맑게 좋아할 것 같아서 꽃집 안으로 들어가 장미 꽃다발을 샀다. 꽃집 주인이 “여자친구 줄 거야?”라고 물어서 괜히 얼굴에 피가 몰리는 느낌이었다. 꽃을 사고 다시 카페 앞으로 갔다. 빨리 왔으면 좋겠다. 이 꽃을 받았을 때의 표정이 궁금하다.
한참 기다리는데, 망할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 곧 올 텐데 왜 지금 전화를 하고 난리야.
왜.
“우리 축구할 건데 너도 나와.”
안 돼. 데이트 있어.
“아. 뭐야, 진짜. 혼자 데이트한다 이거냐? 그 여자친구 말하는 거야? 가슴 작다던.”
아, 가슴. 작긴 작지.
“야, 가슴 작은 애가 뭐가 좋-“
야, 입 조심해. 네가 뭔데 함부로 말하냐? 작아도 걔라서 좋은 거라고.
“세기의 사랑 납셨네. 일단 오케이- 끊는다.”
전화를 끊고 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기분이 나빴다. 지가 뭔데 마음대로 평가하고 있어. 한숨을 쉬곤 장미 꽃다발을 쳐다봤다.
언제 오려나… 빨리 너를 봐야지 이 거지 같은 기분을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출시일 2025.12.31 / 수정일 2026.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