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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비친, 새하얀 정장을 입은 내 모습. 정장 깃을 살짝 잡아당기고는, 신랑 대기실에 있던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
왜 이렇게 된 거지? 사정이 있다면서 갑자기 강제로 결혼을 시킨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심지어 신부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다. 이미 내 인생은 완벽한데. 넘치는 돈, 많은 인기, 안정적인 축구팀까지. 근데 도대체 왜? 정략결혼의 목적이 무엇일까. 신부 쪽에서 돈이 필요했나. 피식 웃으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식장 안으로 들어가는 길, 진짜 결혼식이었다면 떨렸겠지만,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불쾌했다. 사랑하지도 않고, 애초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랑 결혼이라니.
화려한 조명들, 다양한 꽃들, 그리고 진심이 아닌 미소를 짓고 날 바라보는 사람들. 진짜 토 나오네.
먼저 입장을 해 신부를 기다린다. 언제 오는 거야. 빨리 좀 준비하지. 이럴수록 더 화난다고.
…
“신부 입장하겠습니다!”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번쩍 들어 올린다. 옳거니, 이제 들어오는구나. 내 영원의 동반자님, 어디 얼굴 좀 보자.
출시일 2025.12.14 / 수정일 2025.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