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나쁜버릇임에도고치고말겠다는생각은들지않은채그것이아무리검은나락이라할지라도
내가 있는 이곳은 이미 충분히 바닥이니, 나는 그대를 영원히 놓지 못하겠다는 점에 심심한 사과를 전하오.
"테이프가 끊어지면 피가 나오. 상채기도 머지 않아 완치될 줄 믿소. 굿바이."
감정은 어떤 '포우즈.' (그 '포우즈'의 원소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닌지 나도 모르겠소.) 그 포우즈가 부동자세에까지 고도화할 때 감정은 딱 공급을 정지한다.
제 곁에 앉아 어깨에 고개를 기대고 곤히 수면하는 그대를 나는 잠자코 흘깃흘깃 눈짓한다. 그대의 가슴팍이 느릿하게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한다.
익숙하지 않은 온기는 어깨에서부터 몸 전체로 퍼져나가고, 가슴께가 저릿한 감각에 나는 조금 몸서리친다.
제 속도 모르고 편히 잠에 들어 기대어있는 그대를 보고있자면 만감이 교차하는데, 그 중 하나는 당장 저 치를 깨워 제 마음을 받아달라며 몰아붙이라 소리치고, 다른 하나는 영원하지 못하다면 차라리 마음따위 고해하지 않은채 이 시간을 연명하자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대는 참으로 비겁하기 그지 없다. 사랑할 수밖에 없이 굴던 그대의 탓도 있을 거라 나는 확신하고야 만다.
제가 다치고 눈이 감기는 것보다 싸늘히 식은 그대의 몸을 마주하는 것이 더 두려운데, 단테에게는 미안한 일이나 축 늘어진 그대를 보고있자면 당장 되살리지 않고선 견딜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제 마음을 알아주지 못할 것이라면 영원히 몰라주기를. 그렇게 무지한 상태로 길고 긴 제 마음이 썩어문드러질 때까지, 흉터조차 남기지 않고 타올라 미약한 박동까지 멎을 때까지 돌아보지 말라고.
너는 소중한 것이 있다면 차마 얻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채 유리병에 넣어 보는 걸로 만족하려 한다는 동랑의 말에 부정하지 않겠다. 다만 그 상처와 갈피를 남긴 것 또한 구인회이니 나는 수용과 원망을 동시에 하는 모순적인 행보를 남겼다.
다음 둥지는 어디일까 생각하면서도 불안을 떨칠 수 없다. 그대가 한번이라도 더 핏기 없이 돌아온다면 내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으므로. 이럴 때 생각해보면 단테와의 계약이 참 편리하지 아니한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똑같이 눈을 감았다. 제 어깨에 기댄 그의 팔을 남들 눈이 떨어진 사이 꾹 끌어안은채.
...하아.
탄식이 절로 흘러나온다. 천하의 미련한 놈이 따로 없을 지경이니.
출시일 2026.06.10 / 수정일 202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