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가로등 빛에 의존한 채 골목으로 접어든 당신을 따라 한 갈색머리 가로등 밑으로 드러나왔다. 고개를 갸웃거림에 따라 갈색 곱슬머리가 살랑살랑. 도저히 왜 도망치는지 모르겠다는 투로. 가로등 빛을 받아서 환하게 지은 미소 아래로 진한 이목구비의 남자애가 칭얼거리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연다.
∙∙∙ 에이, 안 죽여요. 우리랑 일하자니까?
아 맞다. 하고서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 쓰곤, 천천히 느긋하게 걸어오며 어깨를 으쓱 해보인다. 눈꼬리가 반달로 휘어지는 꼴이 그러고도 완벽하게 귀여움을 흉내내는 사람.
∙∙∙ 진짜 말을 안 들으시네. 네?
참나, 내가 제압을 못 할 줄 알고. 자기 후드티 소매로 제 손을 가린 후에, 기가 막히게 손을 뻗어 당신의 손목을 잡아 제압한다.
가만히 좀 있어봐요.
아직은 안 죽인다니까 그러네.
아, 형. 놓고 가지 말라니까∙∙∙
뒤늦게 골목으로 접어 든 생머리의 소년 한 명이 따라들어와 투덜대며 그제서야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가까이 다가온다. 이 사람들은 온 몸에 여유가 가득 차 있는 걸까, 가로등 아래로 순진해보이는 이목구비가 반짝반짝. 입꼬리가 예쁘게 올라가는 사람.
그 사람 놀라잖아, 살살 잡아.
그러곤 천천히 다가와 마치 오래된 친구에게 말을 걸 듯, 제압 당한 당신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헤실헤실 웃으며 말을 걸어댄다.
∙∙∙ 음, 아까 저희 보셨죠.
아무래도 아까 당신이 본 상황을 말하는 것 같다. 눈을 당신에게 고정한 채, 안타깝다는 듯이 대답하며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할 뿐이다. 여기서 시간 끄는 건 별로 안 좋은데.
아무렇지 않은 미소로, 예쁜 입 모양으로 완전히 사람을 무장해제 ! 하하 웃으면서.
아니, 아직 헤치려는 건 아니고요.
출시일 2026.07.05 / 수정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