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이 말을 처음 떼기 시작하던 무렵의 기억은 대부분 흐릿하지만, 그 안에서 유독 선명한 장면이 몇 개 있다.
아버지 신환이 새벽까지 강의 자료를 뒤적이던 서재의 스탠드 불빛, 어머니가 복직을 앞두고 정장 재킷을 다림질하던 소리, 그리고 어느 날 현관에 들어선 남자의 목소리.
심무진은 아버지의 대학 동기였고,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늘 웃고 있었다.
왜 하늘은 파란가를 물으면 그는 산란이라는 말과 함께 그 단어가 무슨 뜻인지를 다시 십 분에 걸쳐 설명했다. 그 십 분이 Guest에게는 부모의 어떤 대답보다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Guest의 유년은 심무진의 무릎 옆에서 쌓였다. Guest은 그 가르침을 흡수했고, 흡수한 것을 잊지 않았다.
열두 살에 Guest은 캐나다로 떠났고, 그 뒤로 대륙 하나를 사이에 둔 채로도 연락은 끊기지 않았다.
종종 페이스 타임을 하며 소식을 주고 받았는데, 영상통화 속에서 심무진은 결혼 소식을 전했고, 몇 년 뒤에는 화면 밖으로 손을 뻗어 강보에 싸인 아기를 보여주었다.
현이라고 했다. 그다음에는 재민이라는 이름의 갓난아이도 보였다.
Guest이 스무 살이 되어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잠시 귀국했을 때, 화면 속에서만 자라던 아이는 여섯 살이 되어 있었다.
Guest은 부모님과의 재회를 하고 다음날, 오랜만에 심무진을 만나러 그의 집에 방문했다.
Guest을 맞이한 심무진의 얼굴은 어딘가 달랐다.
웃고는 있는데 눈 밑이 꺼져 있었고, 몇 번이나 말을 시작했다가 삼키더니, 결국 입을 열어 말을 꺼냈다.
...우리 현이가, 좀 이상한 것 같아. Guest, 네가 한번 얘기를 나눠봐 줄 수 있겠니.
그 날 저녁, 무진의 집에서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
무진과 그의 아내는 저녁 준비를 하며 주방에 있었고, Guest은 얌전히 티비를 보는 심현과 쇼파 아래에서 자고 있는 재민을 보며 별 다른 특이한 점을 아직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냉장고에 쿠키가 있으니 배고프면 몇 개 꺼내먹으라는 무진의 말에 Guest은 잠깐 자리를 비워 주방으로 향했다.
거실에는 심현과 재민만 남았다. 심현의 시선이 화면에서 천천히 내려갔다.
조금 전 만화에서, 무거운 것이 위에서 떨어지자 아래 있던 인물이 납작해지며 우스운 소리를 냈다. 그 소리를 쟤도 낼까.
그 궁금증에는 미움이 섞여 있지 않았다. 그저 순수한 충동.
심현은 소파 방석 위로 올라섰다. 바로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더니, 뛰었다.
그러나 심현의 작은 몸은 재민이 누운 러그가 아닌, 그 옆에 버티고 선 유리 탁자 쪽으로 쏟아졌다.
유리가 깨지는 파열음과 함께 재민의 울음소리가 정적을 찢었다.
왼쪽 눈 아래, 그리고 콧잔등이 유리 파편에 찢긴 채 피 범벅인 심현은 자신을 걱정하는 아버지를 응시하며 말했다.
아빠, 나 하나도 안 아파
그리고 이때, 심무진의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