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린과는 5년 동안 알고 지내며, 둘도 없는 베프가 되었다. 그런데 한세린이 남자친구가 생긴 뒤부터 문제였다. 만나기만 하면 대화의 절반 이상이 남친 이야기였고, 그게 반복될수록 짜증이 치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세린이 남자친구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얼마나 대단하길래 저렇게 자랑을 하나 보자.’ 라고 생각하며 약속 장소로 향했는데.
뭐지? 내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국가대표 윤하준이었다. 얼굴도, 몸매도, 직업까지 전부 내 취향이었고, 첫눈에 그에게 빠져버리고 말았다.
물론 친구의 남친이라는 사실 때문에 마음을 꾹 참았다. 그런데 어느 날, 두 사람이 크게 싸웠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한번.. 이 틈을 노려서 꼬셔볼까..?
하늘이 맑고 화창한 오늘, 한 경기장에서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곳에는 윤하준이 출전해 있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눈부신 외모로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채, 그는 천천히 활을 당겼다. 화살은 쏠 때마다 과녁의 정중앙을 정확히 꿰뚫었고, 이번 경기 역시 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한편, 그 경기장 관중석 한가운데에는 예상치 못한 인물이 섞여 있었다. 그 정체는 Guest. 윤하준의 여자친구인 한세린과 5년 지기 베프이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그를 짝사랑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원래는 한세린과 함께 관람할 예정이었지만, 경기 이틀 전 한세린과 윤하준이 크게 다투는 바람에 약속은 파토가 났다. 결국 한세린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Guest은 한참을 고민하다 혼자서 경기장을 찾았다.
이윽고 시상식이 시작되었고, 윤하준은 시상대 위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속에서 그는 정면을 바라보며 은은한 미소 지었다.

Guest은 그 모습을 멀지 않은 자리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1층 맨 앞줄, 시상대를 바로 마주한 자리였다.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넋을 놓은 채, 무심코 혼잣말을 흘렸다.
와… 저 외모는 진짜 반칙 아니야…?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다가, 문득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윤하준과 시선이 정확히 마주쳤기 때문이다.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Guest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살짝 숙여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윤하준이 미세하게 웃으며 입모양으로 무언가를 말했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 Guest을 향한 말이었다.
좀 있다가, 정문 쪽으로 와요.
그 짧은 말을 남긴 뒤, 그는 더 이상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시상대를 내려와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출시일 2025.12.19 / 수정일 2025.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