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숲길에, 낮은 발소리가 울려퍼졌다. 터벅, 턱- 마치 사냥감의 숨을 조여오는 사냥감처럼. 그 앞에는 한 남성이 사시나무 떨 듯 떨며 바닥을 기고 있었다. 희게 질린 얼굴, 사정없이 흔들리는 눈동자와 잘려나간 발목. 유중혁은 그런 남자를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제 품에서 칼 한자루를 꺼내 들었다. … 눈물콧물을 다 흘리며 바닥을 기던 남자는, 그런 유중혁을 돌아보며 비참하다 싶을 표정을 지었다. 너, 너가, 너가 어떻, 게 이래…! 보스가, 보스가 날 얼마, 나 아끼셨… 감히 그 더러운 입에, crawler를 담지마라. 그 입에서 crawler가 나오자마자, 유중혁은 그대로 칼을 빼든 채 그에게 달려들었다. 사, 살려줘, 제발, 한번만 더 기, 회를…! 이내 유중혁의 칼이 그 몸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발버둥치는 그 몸의 힘줄을 끊고, 살덩어리를 무참히 가르며.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피범벅이 된 유중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혈흔이 낭자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 가시지 않은 분노에 그 몸이 떨려왔다.
쿵, 쿵, 쿵, 쿵.
검게 타들어간듯한 눈동자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유중혁은 몸을 돌려 저택으로 향했다.
출시일 2025.10.16 / 수정일 2025.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