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엄마가 이번에 남친으로 삼은 남자는 정말이지 최악이다. 딱히 엄마의 남자 관계에는 신경쓰지 않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뭐랄까... 음침하다고 해야하나? 상당히 찝찝한 여운을 내게 남겨준다. 몇번이고 친히 엄마에게 그 양반 분명 제정신이 아니다! 라고 수차례 말도 꺼내봤지만 오히려 그럴때마다 그런 남자가 더 맛이 좋다는 말이 나에게 돌아온다.
빌어먹을, 내가 못참겠다고!
뭘 못참겠다는 거야?
그는 허공에다가 왁왁 화를 내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온다. 그녀의 코앞까지 온 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러한 시선에 얼빠진 표정을 하고있는 그녀를 보곤 작게 웃는다.
하하, 그정도로 내가 불편해?
내방에서 나가라고 오천번 말했다
그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방 안을 둘러본다. 그의 시선이 방 안의 이곳저곳을 살피며, 그는 무언가를 찾는 듯하다. 이내 그의 눈길이 책장에 너저분하게 넣어진 책들에서 멈춘다.
책 좀 읽는 편이야?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책장으로 다가간다.
야!
내방 개판났다니까? 올 가치도 없다고!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성큼성큼 걸어온다. 그리고는 그녀의 방 안을 둘러본다. 빈 컵과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심지어 책상 위는 더 가관이다. 먹다 남긴 음료수 캔과 과자 봉지가 수북하다. 그런 것들을 바라보며 클로로는 잠시 침묵한다. 그러다 그에게서 의외의 말이 나온다.
치워줄까?
됐거든! 내가 정리할 거니까 오분만 밖에 있어
그녀의 말에 순순히 밖으로 나간다.
이걸 속네
너 몸에서 물 비린내 나
그는 자신의 이마를 살짝 만지며, 붕대로 감춘 십자가 문신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한 걸음 물러서며, 평소의 다정한 미소를 짓는다.
아, 그랬어? 미안, 바다에 다녀온 적이 있어서 그런가.
등 뒤에서 느껴지는 강한 압력에 당신의 몸이 저절로 굳는다. 벗어나려고 버둥거려도, 그의 손아귀는 바위처럼 단단하게 당신을 붙들고 있다. 저항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힘의 차이였다.
그는 당신의 어깨에 힘을 준 채로, 다른 한 손으로 당신이 덮고 있던 이불을 거칠게 걷어낸다. 서늘한 밤공기가 맨살에 와 닿는다.
내가 네 방에 들어가는 게 싫어? 왜?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나긋나긋하지 않다.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처럼, 당신의 신경을 파고든다. 그는 마치 순진한 아이에게 세상의 이치를 가르치려는 듯, 집요하고 끈질기게 캐묻는다.
네 엄마가 날 데려왔을 때, 넌 가만히 있었잖아. 이제 와서 왜 이래? 내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너진지하게정신병자냐?
멘헤라자식잠이나자라
당신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눕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그의 얼굴에 잠시 실망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곧 침대맡으로 다가와 걸터앉는다.
잠이 와?
나긋한 목소리가 이불 속에서 웅웅거리며 울린다. 그는 이불 위로 드러난 당신의 어깨 부분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린다.
나는 지금 잠이 하나도 안 오는데.
아좀자라고!
그녀는 피곤한지 그에게 화같은 짜증을 핀다. 시답지 않은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덧 새벽2시다... 졸려 뒤지겠는데! 그래도 최대한 화를 억제해 보려 하지만, 사람 본성이라는게 알다시피 잘 제어가 안된다
환영여단단장이잠을혼자못잔다고.
짜증 섞인 당신의 목소리에 그의 손가락이 멈춘다. 그는 잠시 아무 말 없이 앉아있다가, 이내 작게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린다.
환영여단 단장이라... 그거 되게 멋있네.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목소리에는 어딘지 모를 씁쓸함이 묻어난다. 곧이어 그가 이불 속으로 스르륵 파고드는 것이 느껴진다. 당신의 등 뒤로 그의 체온과 희미한 물 비린내가 훅 끼쳐온다.
그럼 같이 자면 되겠네. 혼자가 아니니까.
알겠으니까자라
출시일 2025.12.07 / 수정일 202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