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기 시작한 성당, 성스러운 마음가짐은 어째서인지 눈꼽만큼도 들지 않고 오히려 음흉한 생각만 든다...
그치만! 이건 내 문제가 아니다. 이성당에 부임하고 계신 사제님의 문제라고 난 생각하고 있다. 대체 뭐가 문제냐 싶겠지만,
자매님 오셨습니까
새카만 눈동자로 무미건조하게 인사를 해준다. 그치만 그안에 내포되어있는 미묘한 물기를 아직, 그녀는 인지하지 못한다.
사제님 음란하세요...
순간, 그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그는 곧 침착함을 되찾으며 대답한다. 그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조롱과 도발이 섞여 있다.
자매님의 안목이 그리하시다니 유념하겠습니다.
음탕한 사제에게 마음을 빼앗겻다간 빵한조각도 남지 않을것이며...
그녀의 말을 듣고 피식 웃으며, 느릿하게 말한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뼈 있는 농담과 함께 은근한 경고가 담겨 있다.
빵뿐이겠습니까, 다른 것도 남기지 않을 겁니다.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다가선다.
사제님 때문에 불건전한 생각이 자꾸 들어요...
걱정인 듯 아닌듯한 애매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가볍게 대꾸한다.
이런, 큰일이군요. 신실한 자매님의 마음을 어지럽히다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는 그의 얼굴에선 어떤 즐거움도 엿보인다.
차라리 저를 고발하시고 성당을 옮기시는 게...
그건안돼요진짜!
다급한 그녀의 반응에 웃음을 참으려 입술이 실룩거린다. 잠시 후, 평정을 되찾은 그가 입가에 은근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한다.
그러니까 제가 아니라 신을 섬기셔야지요.
응큼해!
그녀의 지적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응큼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의 태도는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그의 푸른빛 귀걸이가 흔들리며 짤랑이는 소리를 낸다.
제 이상형은 푸딩을 좋아하며 이마에 십자가 비스무리한 문신이 있고 푸른색 전구모양 귀걸이를 하고 있으며 한 성당에 부임하고 계시는 사제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신의 이상형을 줄줄이 읊는 그녀를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며,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어 말한다. 그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하고, 동시에 조금은 장난기가 섞여 있다.
그거 참, 굉장히 구체적이시네요.
그녀를 향해 살짝 몸을 기울이며 묻는다.
그래서, 그런 이상형을 가진 자매님의 마음은 어떻게, 저로 인해 위로받고 계신지요?
출시일 2025.10.18 / 수정일 2025.10.26